상동(성) / 상동 기관
Homology / Homologous structures
📖 정의
상동(homology)이란, 서로 다른 생물에 존재하는 구조·유전자·발생 경로가 공통 조상의 동일한 형질로부터 유래한 대응 관계를 가리킨다. 현대 생물학에서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의에 따르면, 두 형질이 상동적이라 함은 비교 대상 생물들의 마지막 공통 조상에 존재했던 동일한 형질로부터 유래했음을 뜻하며, 후손 계통에서 그 형질이 아무리 다른 형태나 기능으로 변형되었더라도 상동 관계는 유지된다. 대표적 해부학 사례가 사지동물(tetrapod)의 앞다리로, 사람 팔·박쥐 날개·고래 앞지느러미·새 날개 모두 하나의 근위골(상완골)에 이어 두 개의 뼈(요골·척골), 수근골·중수골·지골이 이어지는 동일한 골격 배치를 공유하며, 이는 공통 사지동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외형과 생태적 역할이 크게 달라도 근본적 골격 설계는 동일하다. 상동은 상사(analogy, 즉 동형형질 homoplasy)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상사는 공통 조상 없이 유사한 선택압에 대한 수렴 진화를 통해 독립적으로 나타난 유사 형질을 말한다. 척추동물의 카메라 눈과 두족류의 카메라 눈처럼 상사 구조는 공유 계통이 아닌 적응의 산물인 반면, 상동 구조는 계통 유연관계의 직접적 증거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상동은 계통분류학의 토대가 되며, 공유 파생 상동 형질(공유파생형질, synapomorphy)은 진화 계통수를 복원하는 핵심 자료이다. 상동은 형태학을 넘어 분자생물학(직계상동 유전자·중복상동 유전자), 발생생물학(보존된 조절 유전자 네트워크), 행동학에까지 확장되어 생물학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통합적인 개념 중 하나로 기능한다.
📚 상세 정보
개념의 역사적 발달
상동 개념의 지적 뿌리는 용어 자체보다 앞선다. 1555년 프랑스 박물학자 피에르 벨롱(Pierre Belon)은 인간과 새의 골격을 나란히 놓은 비교 삽화를 출판하여 개별 뼈의 대응 관계를 강조하였는데, 이는 생물들이 공통의 구조적 설계를 공유한다는 초기의 전(前)진화론적 인식이었다. 1818년에는 프랑스 동물학자 에티엔 조프루아 생틸레르(Étienne Geoffroy Saint-Hilaire)가 '연결의 원리'(principe des connexions)를 제시하며, 해부학적 구조는 기능이나 외형이 아니라 체제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로 동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위치적 기준은 오늘날까지 상동 판정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생물학적 상동 개념의 공식적 정립은 영국 해부학자 리처드 오언에게 귀속된다. 오언은 1843년 저서 Lectures on the Comparative Anatomy and Physiology of the Invertebrate Animals에서 상동체(homologue)를 '형태와 기능이 아무리 다양하더라도 서로 다른 동물에서의 동일 기관(the same organ in different animals under every variety of form and function)'으로, 상사체(analogue)를 '다른 동물에서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정의하였다. 오언의 틀은 진화론 이전의 것으로, 그는 상동 구조를 창조주 정신 속의 이상적 구조 설계인 '원형(archetype)'의 변주로 해석하였다. 1848년 On the Archetype and Homologies of the Vertebrate Skeleton에서 그는 모든 척추동물 골격 형태를 도출할 수 있는 가상의 일반화된 척추체로서의 척추동물 원형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다윈에 의한 재해석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은 상동 개념을 근본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오언이 신적 원형에 귀속시킨 것을, 다윈은 공통 조상으로부터의 변형을 수반한 유래(descent with modification)로 설명하였다. 상동 구조란 공유된 선조로부터 물려받아 자연선택에 의해 각 계통에서 서로 다른 기능에 맞게 변형된 것이었다. 이 진화적 재정의는 상동에 설명력을 부여하였다: 고래 앞지느러미와 사람 손이 동일한 뼈 배열을 공유하는 이유는 둘 다 고대 사지동물 조상의 앞다리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다윈 이후 영국 동물학자 에드윈 레이 랭커스터(Edwin Ray Lankester)는 1870년에 용어를 더욱 정교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랭커스터는 'homology'가 모호해졌다고 보고 두 가지 새로운 용어를 도입하였다: 진정한 공통 조상 유래 유사성에 대해 'homogeny', 독립적으로 발생한 유사성에 대해 'homoplasy'이다. 'homogeny'는 학술 용어로 살아남지 못했으나 'homoplasy(동형형질)'는 상동의 대응 개념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오늘날 동형형질은 수렴 진화(유사한 선택압 아래 유사 형질이 독립적으로 기원), 병행 진화(밀접하지만 독립된 계통에서 유사한 변화 발생), 진화적 역전을 포괄한다.
상동 판정 기준
독일 동물학자 아돌프 레마네(Adolf Remane)는 1952년 영향력 있는 저서 Die Grundlagen des natürlichen Systems, der vergleichenden Anatomie und der Phylogenetik에서 형태학적 구조의 상동을 인식하기 위한 세 가지 고전적 기준을 체계화하였다. 첫째는 위치 기준(topological correspondence)으로, 체제 내에서 동일한 상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구조는 상동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특수 질(special quality) 기준으로, 두 구조 간 유사성이 복잡하고 상세할수록 상동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는 연속성(중간 형태에 의한 연결) 기준으로, 외양이 다른 두 구조라도 개체발생 내 또는 관련 분류군에 걸쳐 중간 형태의 연속으로 연결될 수 있으면 상동일 수 있다. 이 기준은 오늘날에도 비교해부학의 기초로 남아 있으며, 현대적 계통분류학 접근법에서는 최절약법(parsimony)·최대우도법(maximum likelihood)·베이지안 추론 등을 통한 형질 일치성 검증으로 보완된다.
상동의 유형
생물학자들은 생물학적 체계의 계층적 조직을 반영하여 상동을 여러 하위 범주로 구분한다.
역사적(계통적) 상동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의미로, 서로 다른 종의 구조가 공통 조상에서 물려받은 것에 기인하는 유사성을 가리킨다. 사지동물의 오지형(pentadactyl) 사지가 전형적 사례이다. 어깨에서 바깥쪽으로 하나의 뼈(상완골), 두 개의 뼈(요골·척골), 소형 손목뼈 무리(수근골), 긴 손뼈(중수골), 그리고 손가락뼈(지골)라는 기본 패턴이 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에 걸쳐 나타나되, 걷기·날기·수영·잡기·파기에 맞게 크게 변형되어 있다. 이 패턴은 데본기 엽지느러미 어류 에우스테놉테론(Eusthenopteron)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화석에서도 확인된다.
연속(반복) 상동은 한 개체 내 반복 구조 간의 대응을 말하며, 척추를 따라 늘어선 척추골, 절지동물 체절, 꽃 내부의 꽃잎과 꽃받침 등이 그 예이다. 오언은 1843년에 이미 이 범주를 인식하였다. 오초테레나 등(Ochoterena et al., 2019)이 제안한 틀에서는 개체 내 연속 상동체를 '연속체(serialogs)'로 부르고, 이러한 반복 단위가 진화를 통해 분화할 경우 (집단 수준에서) '중복분기체(paralogs)'가 된다.
분자 상동은 공통 조상 서열에서 유래한 DNA·RNA·단백질 서열 간의 관계를 포괄한다. 월터 피치(Walter Fitch)가 1970년에 핵심적 하위 구분을 도입하였다: 직계상동(orthologous) 서열은 종분화 사건에 의해 갈라진 것(예: 인간의 유전자와 마우스의 대응 유전자)이고, 중복상동(paralogous) 서열은 한 게놈 내에서 유전자 중복 사건에 의해 갈라진 것(예: 척추동물의 헤모글로빈 유전자와 미오글로빈 유전자)이다. 세 번째 범주인 이질상동(xenologs)은 수직적 유전이 아닌 수평적 유전자 전달로 생물 간에 전해진 서열을 가리킨다. 분자계통학에서 직계상동과 중복상동의 구별은 필수적인데, 종 수준의 진화 역사를 반영하는 것은 직계상동뿐이기 때문이다.
심층 상동(deep homology)은 슈빈(Shubin), 타빈(Tabin), 캐럴(Carroll)이 2009년 Nature 논문에서 구체화한 개념으로, 형태학이나 계통적 위치만으로는 상동으로 인식되지 않을 구조들 사이에서 보존된 유전적 조절 기구(전사인자·신호전달 경로 등)가 공유되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Pax6 유전자는 곤충에서 척추동물까지 매우 넓은 범위의 동물에서 눈 발생에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곤충의 겹눈과 척추동물의 카메라 눈은 구조로서 상동이 아니다. 심층 상동은 고대의 유전적 도구 상자(genetic toolkit) 구성요소가 서로 다른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동원(co-option)되어 상동적 발생 유전 기구에 기반한 수렴적 표현형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상동 대 상사: 계층적 관점
교과서에서 흔히 예시되는 핵심 요점은, 상동과 상사의 구별이 비교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새의 날개와 박쥐의 날개는 '날개'로서는 상사적이다—날개를 가진 공통 조상에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다리'로서는 상동적이다: 둘 다 모든 사지동물의 마지막 공통 조상의 앞다리에서 유래하였다. 마찬가지로 익룡·박쥐·새의 날개는 동일한 조상 앞다리 골격의 서로 다른 변형을 통해 독립적으로 비행을 진화시켰으므로, 앞다리로서는 상동이면서 동시에 비행 기관으로서는 상사이다. 이러한 상동의 계층적 성격은 어떤 상동 판정에서든 비교 수준을 명확히 특정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현대 계통분류학에서의 상동
빌리 헤니히(Willi Hennig)가 1950년과 1966년에 체계화한 분기분류학에서, 공유 파생 상동 형질(공유파생형질, synapomorphy)은 생물을 분지군(clade)으로 묶는 유일한 정당한 증거이다. 공유 원시 상동 형질(공유원시형질, symplesiomorphy)은 보다 포괄적인 수준에서의 공통 조상을 나타내지만 하위 계통 간 관계를 분해하지 못한다. 공유파생형질과 공유원시형질의 엄격한 구별, 그리고 동형형질의 배제가 계통수 구축의 핵심에 놓인다. 실제로 초기 상동 가설('일차 상동')은 레마네 유형 기준으로 제안된 뒤 계통수 위에서 다른 형질과의 일치성이 검증되며, 일치성 검증에 실패한 형질은 동형형질로 판별된다('이차 상동 평가').
분자계통학은 이 접근을 DNA·단백질 서열로 확장하여 서열 정렬(alignment)을 통해 종 간 대응하는 뉴클레오티드 또는 아미노산 위치를 위치적 상동체로 동정한다. 이후 치환 모형·최절약법·최대우도법·베이지안 추론이 관찰된 유사성과 차이의 패턴을 가장 잘 설명하는 계통수를 평가한다.
지속되는 상동 논쟁
생물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상동은 여전히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주요 논쟁점으로는 형태학적 상동과 그 기저의 발생 유전 기구 간의 관계(귄터 바그너(Günter Wagner)의 이른바 '생물학적 상동 개념'), 롤프 자틀러(Rolf Sattler) 등이 제안한 '부분 상동(partial homology)'의 위상(엽상경(phylloclade)처럼 줄기와 잎의 성질을 동시에 보이는 구조), 그리고 동형형질이 '진정한' 것일 수 있는가—즉 직계상동이며 계보적으로 연속인 구조가 심층 상동이나 내적 제약으로 인해 종 수준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오초테레나 등(2019)은 이러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상동'이라는 용어를 종 수준(계통적 맥락)에 한정하고, 개체 수준(직계상동 vs. 상사)과 집단 수준(계보 vs. 이질상동)에 대해 별도의 용어를 도입하는 계층적 틀을 제안하였다. 이 틀에서 상동의 완전한 입증은 개체·집단·종의 세 수준 모두에서 공통 기원의 증명을 요구하며, 이를 통해 더 엄격하고 모호하지 않은 상동 판정 접근이 가능해진다.
고생물학에서의 중요성
고생물학자에게 상동은 없어서는 안 될 개념이다. 화석 생물은 유전학적·발생학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형태학적 비교가 진화적 관계를 확립하는 일차 수단이다. 상동 골격 요소의 동정은 연구자들이 주요 체제 간 진화적 전환을 복원할 수 있게 한다—틱타알릭(Tiktaalik) 등의 화석으로 기록된 지느러미에서 사지로의 전환, 수각류 골격 상동을 통해 가시화되는 공룡에서 조류로의 전환, 고래류 앞다리 변형에서 볼 수 있는 육상에서 바다로의 전환 등이 그 예이다. 상동 개념 없이는 화석 기록은 단절된 형태들의 집합에 불과하지, 진화적 변형의 일관된 서사가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