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된 공룡 혈관
Preserved Dinosaur Blood Vessels
📖 정의
보존된 공룡 혈관이란 중생대(약 6,600만~1억 9,500만 년 전)에 해당하는 비조류 공룡의 뼈에서 회수된 혈관 구조물을 가리키며, 유연하고 반투명한 관 형태의 잔존물부터 철 광물로 완전히 광물화된 주조물(cast)까지 다양한 보존 형태를 아우른다. 이 구조물들은 중공의 내강(lumen), 분지 패턴, 점차 가늘어지는 형태, 경우에 따라 내막(tunica intima)·중막(tunica media)·외막(tunica adventitia)에 해당하는 다층 벽 구조 등 현생 척추동물 혈관과 일치하는 형태학적 특징을 보존하고 있다. 보존 기작으로는 사후 헤모글로빈 분해 시 방출된 철이 촉매하는 펜톤 반응(Fenton chemistry)에 의한 단백질·지질 가교결합, 황철석(pyrite)과 그 산화 생성물인 침철석(goethite)·적철석(hematite)에 의한 혈관 통로 충전 및 주조(permineralization), 그리고 구조 단백질을 추가로 안정화하는 당화(glycation) 반응 등이 제안되어 있다. 1966년 공룡 뼈에서 세포 구조가 처음 보고된 이래, 2005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대퇴골(MOR 1125)에서 유연하고 투명한 혈관이 회수되면서 이 분야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2025년에는 두 가지 획기적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하나는 6종의 비조류 공룡에서 혈관 보존이 분류군·지질 연대·퇴적 환경에 의존하지 않음을 실증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까지 발견된 최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표본인 '스코티'(RSM P2523.8)의 골절된 늑골 내부에 대형 혈관신생(angiogenesis) 혈관 주조물이 원위치(in situ) 상태로 보존되어 있음을 밝힌 연구이다. 이러한 발견들은 특정 화학적 조건 하에서 생물학적 정보가 심시간(deep time)에 걸쳐 존속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유기 분자 보존의 시간적 한계에 대한 기존 가정에 도전하며, 고생리학·타포노미·분자고생물학에 심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 상세 정보
역사적 배경과 선구적 발견
공룡 뼈에서 보존된 연조직의 발견은 반세기 이상에 걸친 역사를 지닌다. 1966년, Roman Pawlicki, A. Korbel, H. Kubiak는 Nature에 공룡 뼈에서 세포, 콜라겐 섬유 및 혈관 구조를 보고하는 논문을 발표하여, 이러한 보존에 대한 최초의 과학적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당시 이 발견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며, 유기물이 대략 100만 년 이상 존속할 수 없다는 가정이 고생물학계의 통설로 남아 있었다.
이 분야는 2005년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NC State)의 Mary H. Schweitzer와 동료들이 Science에 발표한 획기적인 논문으로 전환점을 맞았다(Schweitzer et al. 2005, DOI: 10.1126/science.1108397). 연구진은 몬태나주 헬크릭층에서 출토된 6,800만 년 전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대퇴골 표본(MOR 1125)에서 EDTA를 이용해 광물상을 용해한 뒤, 투명하고 유연한 중공 혈관을 회수했다. 일부 혈관 내부에서는 적혈구와 형태학적으로 유사한 작은 구형 미세구조가 배출될 수 있었다. 이 발견은 유기물 보존의 한계에 관한 근본적 가정에 도전하였고, 학계에 강렬한 관심과 상당한 논쟁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혈관 보존의 유형
지난 2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공룡 혈관이 근본적으로 상이한 두 가지 방식으로 보존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첫 번째 유형은 주변 골 광물을 화학적으로 용해한 후 회수되는 유연하고 반투명한 혈관이다. Schweitzer와 동료들의 연구가 대표적이며, 이러한 구조물은 유연성을 유지하고 경우에 따라 콜라겐 I형, 엘라스틴, 라미닌, 트로포미오신 등 척추동물 특이적 단백질에 대한 항체에 반응한다. 투과전자현미경(TEM) 분석에서는 이 혈관들이 내피 내막(tunica intima), 평활근 중막(tunica media), 외부 결합조직 외막(tunica adventitia)에 부합하는 다층 벽 구조를 보임이 확인되었다.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관찰하면, 혈관의 외부 표면이 외막(tunica externa)의 잔존 콜라겐과 일치하는 줄무늬 섬유상 질감을 보이며, 이는 비교 대조군으로 사용된 타조 혈관의 외부 질감과 사실상 동일하다.
두 번째 유형은 원래의 유기 혈관이 철 함유 광물로 완전히 치환되거나 둘러싸인 광물화 주조물(mineralized cast)이다. 2025년 Mitchell et al.의 연구(DOI: 10.1038/s41598-025-06981-z)가 이 유형의 보존을 대표적으로 기록하였다.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로열 서스캐처원 박물관에 소장된 현재까지 최대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표본인 '스코티'(RSM P2523.8)의 골절된 등늑골에서 이 연구가 수행되었다. 캐나다 광원(Canadian Light Source)의 싱크로트론 마이크로 전산화단층촬영(SR-μCT)을 이용하여, 연구진은 뼈 내부에서 직경 100 μm에서 1 mm 이상에 이르는 크고 구불구불한 고밀도 구조물을 시각화했다. 이 구조물은 일반적인 하버스관(Haversian canal) 혈관보다 훨씬 크며, 광범위하게 분지하면서 해면골 내부에서 외피골 및 가골 부위를 향해 골단위(osteon)에 직교하여 주행했다. 싱크로트론 X선 형광분석(XRF)과 X선 흡수단미세구조(XANES)를 이용한 화학 분석에서, 혈관 주조물이 주로 철(III) 산수산화물(침철석, goethite, FeOOH)과 황철석(pyrite, FeS₂) 반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가지 뚜렷한 퇴적층으로 보존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보존 기작
공룡 혈관이 수천만 년에 걸쳐 존속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상호 연관된 화학적·타포노미적 기작이 제안되어 있다.
철 매개 펜톤 화학과 단백질 가교결합: 가장 널리 수용되는 기작은 Schweitzer et al.(2014, DOI: 10.1098/rspb.2013.2741)이 제안하고 실험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사후 헤모글로빈에서 방출되는 철의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생체 내에서 척추동물 체내 철의 약 85%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존재한다. 사후 적혈구 용해로 방출된 헤모글로빈에서 유리된 철은 펜톤형 반응을 촉매하여 히드록실 라디칼을 생성하고, 이 라디칼이 콜라겐·엘라스틴 등의 단백질과 지질에 가교결합을 유도하여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화학 고정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조직을 고정시킨다. 타조 혈관 모델을 이용한 실험적 검증에서, 헤모글로빈에 침지한 혈관은 조직 안정성이 200배 이상 증가(실온에서 약 3일 → 2년 이상)했으며, 헤모글로빈과 산소가 모두 존재할 때 안정화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HB + O₂ > HB − O₂ >> −O₂).
속성광물화 및 광물 주조: 일부 표본에서는 원래의 유기물이 철 광물로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치환되었다. 스코티 늑골 연구(Mitchell et al. 2025)에서는 두 단계 속성광물화 과정이 기록되었다: 먼저 무산소 조건에서 미세한 포도상(botryoidal) 황철석이 혈관 벽을 피복하고, 이후 산화 사건을 거치며 이 황철석이 침철석 또는 적철석으로 부분 전환되었다. 이어서 두 번째 무산소 기간 동안 더 조립질의 결정질 황철석이 형성되고, 다시 적철석으로 부분 산화되었다. 이 복합적인 퇴적 이력은 매장 환경의 산화-환원 조건이 지질학적 시간에 걸쳐 변동했음을 반영한다.
당화와 최종당화산물(AGEs): 2019년 연구(Anné et al., DOI: 10.1038/s41598-019-51680-1)에서는 당과 단백질 간의 비효소적 반응인 당화가 콜라겐과 같은 구조 단백질에 추가 가교결합을 형성함으로써 혈관 보존에 기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골 광물 차폐: 뼈의 치밀한 수산화인회석(hydroxyapatite) 기질은 미생물 침입과 환경적 분해에 대한 물리적 장벽 역할을 하여, 가교결합된 연조직이 존속할 수 있는 보호된 미세환경을 제공한다. 혈관이 노출된 표면이 아닌 온전한 뼈 내부에서 일관되게 회수된다는 관찰이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의 획기적 연구 세 편
2025년에는 공룡 혈관 보존에 대한 이해를 크게 진전시킨 세 편의 주요 논문이 발표되었다.
Schweitzer et al.(2025년 2월): Scientific Reports에 발표(DOI: 10.1038/s41598-025-85497-y). 4종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표본(MOR 555/USNM 555000, MOR 1125, MOR 1126, MOR 1128), 브라킬로포사우루스 카나덴시스(MOR 2598) 1종, 미확정 각룡류(MOR 10857) 1종 등 6종의 비조류 공룡에서 혈관형 물질을 조사했다. 화석들의 연대 범위는 약 6,600만~8,500만 년이었으며, 서로 다른 퇴적 환경에서 출토되었다. 투과광현미경, SEM, TEM, 나노-CT, 면역형광법, 면역금(immunogold) 표지법, 락토페놀 코튼블루 염색, 비행시간형 이차이온 질량분석법(ToF-SIMS) 등을 종합 활용한 결과, 분류군·지질 연대·매장 환경에 관계없이 6개 표본 모두에서 혈관이 회수됨을 실증했다. 항체 검사에서 엘라스틴, 트로포미오신, 라미닌, 헤모글로빈 단백질의 존재가 확인되었고, ToF-SIMS에서는 유리 아미노산이 아닌 펩타이드와 일치하는 단백질 관련 이차 이온 조각이 검출되었다. 이 연구는 또한 일부 표본에서 침입성 미생물(곰팡이 균사)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내인성 혈관 잔존물과 구별됨을 보여주었다.
Mitchell et al.(2025년 7월): Scientific Reports에 발표(DOI: 10.1038/s41598-025-06981-z). 캐나다 서스캐처원주 이스트엔드 인근의 백악기 후기 프렌치맨층(~6,700만 년 전)에서 1991년 발견된 '스코티'(RSM P2523.8)의 골절된 등늑골에 초점을 맞추었다. 스코티는 현재까지 회수된 최대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로 추정되며, 전체 골격의 약 65%가 보존되어 있다. 늑골에는 큰 가골(callus)과 함께 불완전하게 치유된 골절이 있었으며, 이는 이 개체가 사망 수개월 전에 부상을 입었음을 시사한다. 캐나다 광원의 싱크로트론 방사광을 이용하여 고해상도 3D 모델을 생성한 결과, 골절 치유 과정에서 형성된 혈관신생(angiogenesis) 혈관으로 해석되는 대형 혈관형 구조물의 망상 네트워크가 밝혀졌다. 이 구조물은 동일 늑골의 정상 부위에서는 관찰되지 않아 혈관신생 기원을 뒷받침했다. 중요하게도, 이는 공룡 혈관신생의 원위치, 고해상도, 3D 특성화가 이루어진 최초의 사례였으며, 병리학적 뼈가 향후 연조직 탐색의 특히 유망한 대상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Long et al.(2025년 9월):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에 발표(DOI: 10.1098/rspa.2025.0175). 공명 라만(Resonance Raman, RR) 분광법을 이용하여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브라킬로포사우루스 카나덴시스의 골 추출물에서 헤모글로빈 잔존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RR의 이중 선택성—레이저를 헴-글로빈 결합에 특이적으로 공명하도록 조율—을 활용하여, 화석화된 뼈의 복잡한 화학적 배경 속에서도 헤모글로빈 신호를 검출할 수 있었다. 또한 헴이 광물 침철석과 결합을 형성하면서 분해된다는 사실이 밝혀져, 생물학적 철원과 보존된 공룡 연조직에서 일관되게 발견되는 철 광물 사이의 직접적인 화학적 연결고리가 제시되었다.
논쟁과 회의론
공룡 혈관 및 관련 연조직의 보존은 현대 고생물학에서 가장 논쟁이 큰 주제 중 하나이다. 회수된 구조물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대안적 가설이 제안되었다.
2008년 Kaye, Gaugler, Sawlowicz는 혈관형 구조물이 내인성 공룡 조직이 아니라 사실은 세균 바이오필름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증거가 이 가설에 반박했다: 미생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척추동물 특이적 단백질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성, 미생물이 아닌 척추동물과 일치하는 펩타이드 서열 데이터, 진핵생물 특이적 핵 단백질인 히스톤의 항체 국소화 확인, 그리고 내강-외면 표면 비대칭성과 밀착결합(tight junction) 등 바이오필름 구조와 일치하지 않는 뚜렷한 형태학적 특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다른 우려는 오염—현대 단백질이나 미생물이 화석 뼈에 침투했을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2025년 Schweitzer et al. 연구는 다수의 상보적 분석 기법을 적용하고, 단백질 신호가 무작위로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혈관 벽과 일치하는 시트 형태 구조에 특이적으로 국소화됨을 보여줌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또한 미생물 성분의 존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내인성 혈관 잔존물과 구별 가능함을 실증했다.
더 근본적인 도전은 생체분자 분해의 이론 모델에서 비롯된다. 이 모델들은 표준 속성작용 조건에서 단백질이 약 100만 년, DNA가 약 10만 년 이상 존속할 수 없다고 예측한다. 철 매개 보존 가설은 특정 조건 하에서 이러한 이론적 한계를 초과할 수 있는 화학적 기작을 제공하지만, 6,600만~1억 9,500만 년이라는 시간 규모에 걸쳐 어떤 생물학적 거대분자가 진정으로 존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부 연구자들이 여전히 납득하지 않고 있다.
고생물학 및 그 너머에 대한 의의
공룡 혈관의 보존은 여러 과학 분야에 걸쳐 시사점을 지닌다.
고생리학: 보존된 혈관 구조의 분석은 공룡의 치유 반응, 대사율, 순환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스코티 늑골 연구(Mitchell et al. 2025)는 공룡의 골절 유도 혈관신생을 조사함으로써 이들이 부상에서 어떻게 회복했는지를 밝힐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현대 조류 및 악어류와의 비교 가능성을 제시했다.
분자고생물학: 공룡 혈관에서 단백질(콜라겐, 엘라스틴, 헤모글로빈)이 회수됨에 따라, 형태학적 형질로 결정된 계통발생 관계를 분자 데이터로 독립적으로 검증할 가능성이 열렸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브라킬로포사우루스 카나덴시스에서 회수된 단백질 서열은 이미 형태 기반 계통수와 분자계통학적 일관성을 보이는 데 활용되었다.
타포노미: 혈관을 보존하는 기작의 이해는 화석 기록에서의 예외적 보존에 관한 더 넓은 질문에 기여한다. 2025년 연구 결과들은 혈관 보존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흔할 수 있으며, 부상과 관련된 뼈의 병리 부위가 혈관 밀도 증가와 혈관 크기 증대로 인해 혈관 보존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함을 시사한다.
진화생물학: 심시간에서 보존된 헤모글로빈과 구조 단백질은 골격 형태학만으로는 식별할 수 없는 생리적 적응—산소 운반 적응이나 멸종된 계통의 조직 복구 전략 등—을 잠재적으로 밝혀줄 수 있다.
2025년 10대 발견 선정
향후 연구 방향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된 연구 방향으로는 싱크로트론 기반 원위치 접근법을 다른 종과 시대의 병리학적 공룡 뼈에 적용하는 것, 철 킬레이트 기법을 이용하여 광물 외피 아래 숨겨진 단백질을 드러내는 것, 공룡 분류군과 현생 근연종(조류 및 악어류) 간에 혈관신생 혈관 형태를 비교하는 것, 보존된 혈관 조직과 관련하여 DNA 또는 DNA-단백질 가교결합의 검출 가능 여부를 조사하는 것, 그리고 장기적 분자 보존으로 이어지는 속성 경로의 화학 모델을 정교화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 첨단 물리학 기기(싱크로트론 방사광, 공명 라만 분광법)가 분자생물학 및 고생물학과 결합함으로써, 화석 기록이 밝혀줄 수 있는 것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발견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