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성🔊 [옴니보어]

잡식 동물

Omniv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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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Etymology)라틴어 omnis(모든, 전부) + vorāre(먹다, 삼키다). 프랑스어 omnivore를 거쳐 영어에 차용됨

📖 정의

잡식 동물(Omnivore)은 식물성 먹이와 동물성 먹이를 모두 섭취하는 생물을 가리키는 생태학적 식성 분류이다. 잡식 동물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섬유소를 식물과 동물 양쪽에서 획득할 수 있으며, 먹이사슬에서 일반적으로 세 번째 영양 단계에 위치한다. 이들은 포식자이자 피식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일부는 사체를 먹는 청소 동물 역할도 한다.

잡식성의 핵심적 적응 특징으로는 자르기와 갈기 기능을 겸비한 혼합 치열, 다양한 먹이를 처리할 수 있는 소화 기관, 그리고 유연한 섭식 행동이 있다. 공룡 가운데에서도 잡식성은 수각류(Theropoda) 내 여러 계통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확인되며, 오비랍토르사우루스류, 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류, 트로오돈과류, 테리지노사우루스류 등이 잡식 또는 초식으로의 전환을 겪은 대표적 분류군이다. 잡식성은 특정 먹이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환경 변화에 대한 높은 적응력을 부여하며, 거시진화적 관점에서 초식성 또는 육식성으로의 전환을 매개하는 중간 단계로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상세 정보

1 잡식성의 생물학적 정의와 범위

잡식성(omnivory)은 동일 개체 또는 종이 식물성과 동물성 먹이를 모두 소비하는 식성 전략을 말한다. 그러나 '잡식'이라는 범주는 단순히 양쪽 먹이를 먹는다는 이분법적 구분 이상으로 복잡하다. 2023년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된 연구(DOI: 10.1098/rspb.2022.1062)에 따르면, 포유류의 잡식성은 무척추동물 기반 잡식성(invertivorous omnivory)과 척추동물 포식 기반 잡식성(vertebrate-predation-based omnivory)으로 세분될 수 있으며, 각각이 서로 다른 진화적 경로와 전환 패턴을 보인다. 이는 잡식성이 단일한 식성이 아니라 다양한 양상을 포괄하는 스펙트럼임을 시사한다.

현생 동물에서 잡식성의 대표적 예로는 곰(Ursidae), 돼지(Suidae), 까마귀과(Corvidae), 인간(Homo sapiens) 등이 있다. 이들은 계절적 먹이 가용성에 따라 식물성과 동물성 먹이의 비율을 유연하게 조절한다.

2 잡식성의 형태학적 적응

잡식 동물은 다양한 먹이를 처리하기 위한 형태학적 특징을 갖는다. 치열에서는 날카로운 앞니(절단용)와 편평한 어금니(분쇄용)가 혼합된 이형치(heterodont dentition)가 전형적이다. 소화 기관은 하나 이상의 위방(stomach chambers)과 중간 길이의 장관을 가지며, 이는 순수 육식 동물보다 길고 순수 초식 동물보다 짧은 경향이 있다.

공룡에서 잡식성의 형태학적 지표를 체계적으로 규명한 연구로 Zanno & Makovicky(2011, PNAS)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수각아목(Coelurosauria) 내에서 초식성 식형태(herbivorous ecomorphology)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21개의 골격 형질을 식별했다. 여기에는 치아 대칭성, 원추형 치아, 톱니 구조(ziphodonty) 소실, 하악 결합부의 배측 굴곡, 점진적 치아 소실, 부리(rhamphotheca)의 진화, 경추 수 증가에 의한 경부 신장 등이 포함된다.

3 잡식성 공룡의 증거와 식별 방법

화석 기록에서 공룡의 식성을 판별하는 것은 직접 관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한 도전 과제이다. 잡식성을 추정하는 데 활용되는 주요 증거 유형은 다음과 같다.

분화석(Coprolites): 화석화된 배설물 내에 식물 조직과 동물 조직이 모두 포함되어 있으면 잡식성의 직접 증거가 된다. 그러나 분화석은 특정 종에 귀속시키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위 내용물(Gut contents): 화석 표본의 복강 영역에서 발견되는 먹이 잔해는 가장 강력한 직접 증거이다.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 mirificus)의 경우, Lee et al.(2014, Nature)이 복강 영역에서 천 개 이상의 위석(gastroliths)과 함께 어류 잔해를 발견하여 이 거대 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가 '거대 잡식 동물(megaomnivore)'이었음을 입증했다.

위석(Gastroliths/Gastric mill): 식물성 먹이를 기계적으로 분쇄하기 위한 위석의 존재는 초식 또는 잡식 식성의 간접 증거로 활용된다. Zanno & Makovicky(2011)는 진정한 위석 집합(gastric mill)으로 인정되려면 일정한 질량 비율, 마모도, 주변 퇴적물과의 차이를 충족해야 한다고 기준을 설정했다.

치아 형태 및 미세마모(Tooth morphology and microwear): 치아의 형태, 크기, 표면 마모 패턴은 식성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데 사용된다. 이형치(heterodont) 치열이나 원추형-엽상형이 혼합된 치열은 잡식성을 시사할 수 있다.

골격 해부학적 비교: 현생 잡식 동물의 골격 특징과 화석 표본을 비교하여 유추하는 방법으로, 부리 형태, 발톱 구조, 경부 길이 등이 참고된다.

4 잡식성으로 추정되는 주요 공룡 분류군

오비랍토르사우루스류(Oviraptorosauria): 이빨이 없거나 거의 없는 앵무새 같은 강력한 부리를 가졌다. Zanno & Makovicky(2011)의 분석에서 초식성 식형태 형질이 다수 확인되었으나, 기재 표본의 위 내용물에서 도마뱀 뼈가 발견된 사례(Oviraptor)도 있어 잡식성이 유력하다. 카그나투스(Caganathus), 키티파티(Citipati), 오비랍토르(Oviraptor) 등이 포함된다.

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류(Ornithomimosauria): 타조와 유사한 체형에 이빨 없는 부리를 가진 분류군이다. 시노르니토미무스(Sinornithomimus) 표본에서 위석이 확인되어 상당량의 식물성 먹이를 섭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데이노케이루스(Deinocheirus)는 위석과 어류 잔해가 함께 발견되어 잡식성이 직접 확인된 대표적 사례이다.

트로오돈과(Troodontidae): 작은 톱니를 가진 치아, 상대적으로 큰 뇌, 뛰어난 감각 기관을 보유했다. Holtz et al.(1998)은 트로오돈의 치아 형태학적 분석을 통해 잡식성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2026년) Biological Reviews에 발표된 트로오돈과 식성 종합 연구는 이 분류군의 식성이 여전히 논쟁 중임을 확인했다.

테리지노사우루스류(Therizinosauria): 거대한 발톱(최대 약 70cm)과 작은 머리, 긴 목을 가진 특이한 수각류이다. 주로 초식성으로 추정되지만, 육식 조상으로부터 잡식성 단계를 거쳐 초식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이 높다. Zanno et al.(2009)은 북미 최초의 테리지노사우루스과 화석(Nothronychus graffami)을 기재하며 '포식성' 공룡에서의 초식성 진화를 논의했다.

5 수각류에서 초식·잡식성의 진화적 전환

Zanno & Makovicky(2011)의 연구는 수각류의 진화에서 기존 통념과 달리 초육식성(hypercarnivory)이 예외적이며, 식성의 다양화가 일반적이었음을 밝혔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각류 내 6개 주요 하위 분류군(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류, 테리지노사우루스류, 오비랍토르사우루스류, 알바레즈사우루스류, 일부 초기 조류, 트로오돈과의 진펑옵테릭스)에서 초식성의 형태학적 증거가 확인되었다. 순수 육식성으로 남은 것은 티라노사우루스류, 콤프소그나투스류, 대부분의 드로마이오사우루스류에 한정되었다.

이 전환 과정에서 잡식성은 육식에서 초식으로의 중간 단계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높다. Barrett, Butler & Nesbitt(2011)은 트라이아스기 후기 카르니안기(Carnian)에는 잡식·초식 공룡이 드물었으나, 이어지는 노리안기(Norian)에 급격한 다양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공룡의 초기 진화에서 잡식성과 초식성으로의 전환이 생태적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6 잡식성의 거시진화적 의의

잡식성은 진화적 관점에서 '전환 단계(transitional stage)' 또는 '진화적 함몰지(evolutionary sink)'로 논의되어 왔다.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DOI: 10.1098/rspb.2022.1062)에 따르면, 잡식 동물 다양성의 대부분은 다른 전문화된 식성에서 잡식성으로의 전환에서 비롯되며, 잡식성에서 다시 전문화된 식성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잡식성이 진화적으로 안정적인 '종착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조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잡식성이 거시진화적 '함몰지'로 작용하여 종분화율이 전문화된 식성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그러나 2025년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DOI: 10.1093/evolut/qpaf174)는 잡식성이 식성 전문화의 핵심 단계로서 기존의 '함몰지'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함을 제안했다.

7 잡식성 공룡에서 현생 조류로의 연속성

Zanno & Makovicky(2011)의 핵심 결론 중 하나는 초식성이 조류의 기원 이전에 이미 여러 수각류 계통에서 확립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부리의 반복적·독립적 진화는 처음에는 초식 식성과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일단 진화한 이후에는 다양한 식성으로 재활용(cooptation)되어 현생 조류의 놀라운 먹이 다양성을 가능케 했다. 현생 조류 중 까마귀과(Corvidae)는 높은 지능과 잡식성을 함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며, 호아친(Opisthocomus hoazin)은 드문 고섬유 초식 조류로서 비조류 초식 수각류의 두개골 형질과 유사한 특징을 공유한다.

8 잡식성의 생태학적 이점과 한계

이점: 잡식성은 특정 먹이 자원이 감소해도 대체 먹이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는 계절 변화, 기후 변동, 서식지 교란 등의 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한다. 순수 초식 또는 육식 동물과의 직접적인 먹이 경쟁을 피할 수 있으며, 식물에서 얻기 어려운 필수 아미노산 등을 동물성 먹이로 보충할 수 있다.

한계: 잡식 동물의 소화 기관은 특정 먹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전문화된 초식 또는 육식 동물보다 효율이 낮을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먹이를 탐색하고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와 인지적 능력이 요구될 수 있다.

🔗 참고 자료

📄Zanno, L.E. & Makovicky, P.J. (2011). Herbivorous ecomorphology and specialization patterns in theropod dinosaur evolu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8(1), 232–237. DOI: 10.1073/pnas.1011924108
📄Barrett, P.M. (2005). The diet of ostrich dinosaurs (Theropoda: Ornithomimosauria). Palaeontology, 48(2), 347–358. DOI: 10.1111/j.1475-4983.2005.00448.x
📄Barrett, P.M., Butler, R.J. & Nesbitt, S.J. (2011). The roles of herbivory and omnivory in early dinosaur evolution. Earth and Environmental Science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Edinburgh, 101(3–4), 383–396. DOI: 10.1017/S1755691011020111
📄Lee, Y.-N. et al. (2014). Resolving the long-standing enigmas of a giant ornithomimosaur Deinocheirus mirificus. Nature, 515, 257–260. DOI: 10.1038/nature13874
📄Cerda, I.A. et al. (2023). What is a mammalian omnivore? Insights into terrestrial mammalian diet diversity, body mass and evolution.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90(1992), 20221062. DOI: 10.1098/rspb.2022.1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