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피류
Placodermi
📖 정의
판피류(Placodermi)는 유악척추동물(턱이 있는 척추동물, 악구류)의 가장 초기 대규모 방산을 이룬 멸종 갑옷 물고기 강(綱)이다. 초기 실루리아기(약 4억 3,800만 년 전)부터 데본기 말(약 3억 5,900만 년 전)까지 약 7,000만~8,000만 년에 걸쳐 존속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두부를 감싸는 두갑(頭甲)과 몸통 전부를 감싸는 동갑(胴甲)으로 이루어진 골질 피부 골격이며, 이 두 갑옷은 흔히 목 부위의 두동관절(頭胴關節)로 연결되어 머리가 위로 들리는 동시에 아래턱이 내려가면서 더 큰 벌림을 가능하게 했다. 내골격은 주로 연골로 구성되었다. 대부분의 판피류는 진정한 의미의 이빨이 없었으며, 대신 턱과 결합한 골질 악판(顎板)이 절단·파쇄 기능을 수행하였고, 둔클레오스테우스에서는 자동으로 날이 세워지는 면도날 같은 절단면을 형성하였다. 약 335속(屬)이 기재되어 절지류(Arthrodira, 최대·최다양 목), 동갑류(Antiarchi), 익치류(Ptyctodontida), 판갑류(Petalichthyida), 편평류(Rhenanida), 엽린류(Phyllolepida), 극흉류(Acanthothoraci) 등 다수의 목으로 분류된다. 저서 생활에서 원양 최상위 포식자까지, 담수에서 외양까지 극도로 다양한 생태적 지위를 점유하며 '어류의 시대'로 불리는 데본기의 지배적 척추동물군이었다. 데본기 말 항엔베르크 사건(약 3억 5,890만 년 전)에 완전 멸종하여, 이후 연골어류와 경골어류가 그 생태적 공간을 채웠다. 계통학적으로 가장 초기의 유악척추동물로서, 턱·이빨·쌍지느러미·체내수정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분류군이다.
📚 상세 정보
발견과 명명의 역사
판피어강(Placodermi)은 아일랜드 출신의 오스트레일리아 고생물학자 프레더릭 맥코이(Frederick M'Coy)가 1848년 Annals and Magazine of Natural History에 발표한 논문 'On some new fossil fish of the Carboniferous period'에서 설립하였다. 맥코이는 이 갑옷 화석 어류들이 기존에 알려진 다른 어류 강과 구별되는 독립적 분류군임을 인식하였다. '판피(板皮)'라는 이름은 이들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인 골질 판 모양의 피부 갑옷을 적절히 표현한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걸쳐 루이 아가시, 에릭 스텐시외(Erik Stensiö) 등이 판피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였으며, 특히 스텐시외와 '스톡홀름 학파'는 물리적 연속 절편법(serial sectioning)을 개척하여 판피류 뇌함(braincase)의 내부 해부 구조를 삼차원으로 복원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하였다.
형태적 특징
판피류는 일련의 독특한 해부학적 특징으로 규정된다. 외골격은 두 개의 주요 단위, 즉 두개골과 상악 부위를 덮는 두갑(頭甲, head shield)과 전방 몸통을 감싸는 동갑(胴甲, trunk shield)으로 구성되었다. 많은 분류군에서 이 두 갑옷은 등 쪽에 위치한 쌍을 이루는 두동관절(craniothoracic joint, 목 관절)로 연결되어, 몸통에 대해 머리가 위로 회전할 수 있었다. 특히 절지류(Arthrodira)에서 잘 발달한 이 메커니즘은 두개골을 들어올리는 동시에 아래턱을 내려서 더 넓은 벌림(gape)을 만들어냈다. 동갑 뒤쪽의 나머지 몸통은 대개 노출되어 있거나, 드물게 작은 비늘로 덮여 있었다. 대부분의 판피류는 이형미(상엽이 긴 상어형) 꼬리지느러미를 가졌다.
내골격은 주로 연골로 이루어졌으며, 석회화 정도는 분류군에 따라 달랐다. 초기 분기군(동갑류, 극흉류 등)에서는 비강 피막(nasal capsule)이 후방에 위치하고 뇌함의 나머지 부분과 지속적 틈(fissure)으로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는 현생 유악척추동물과는 다른 상태이다. 반면 좀 더 파생된 절지류에서는 비강 피막이 전방에 위치하여 현생 유악척추동물의 구성에 더 가까웠다.
대부분의 판피류는 수강(pulp cavity)과 에나멜양질(enameloid)을 갖춘 진정한 이빨이 아닌, 턱에 부착된 골질 악판(gnathal plate)으로 절단·분쇄 기능을 수행했다. 둔클레오스테우스에서 이 악판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자동 연마형 절단면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일부 판피류가 진정한 이빨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있다. Smith & Johanson(2003)은 이빨과 턱이 별개로 진화했다고 주장한 반면, Rücklin & Donoghue(2015)는 극흉류 로문디나(Romundina)에서 이빨의 증거를 보고하였으나, 이 결론은 Burrow et al.(2016)이 해당 조직을 진정 상아질이 아닌 반상아질(semidentine)로 확인하면서 반박되었다.
주요 목(目)과 다양성
Young(2010)에 따르면 약 335속의 판피류가 기재되었으며, 여러 주요 목으로 분류된다.
절지류(Arthrodira, Woodward, 1891) — 가장 크고 가장 다양한 목으로, '관절 목'이라는 뜻이다. 잘 발달한 두동관절과 넓은 벌림을 위한 두갑-동갑 구조가 특징이다. 무척추동물을 먹는 소형 종부터, 최대 추정 체장 약 6미터(일부 추정치는 더 크다)에 이르는 최상위 포식자 둔클레오스테우스까지 다양했다. 후기 데본기 절지류는 먹이 형태의 분화가 높아, 갑각류 분쇄 전문(경갑식, durophagy), 그리고 여과 섭식 가능성이 제기된 티타니크티스(Titanichthys) 등이 포함된다.
동갑류(Antiarchi) — 상자형 동갑과 독특한 골질 가슴지느러미('노')를 가진 중무장 저서 생물이다.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한 속은 보트리올레피스(Bothriolepis)로, 전 세계 데본기의 해양·담수 퇴적층에서 발견된다. 동갑류의 가슴지느러미는 관절로 이어진 골관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Long et al.(2015)은 동갑류도 골반 교미기(clasper)를 가졌음을 입증하여 체내수정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주었다.
익치류(Ptyctodontida) — 가볍게 무장한 형태로, 현생 은상어류(chimaera)와 표면적으로 유사하다. Watson(1938)이 교미기의 존재를 최초로 확인하여 체내수정을 행하는 판피류로 인식되었다. 후기 데본기 호주 고고층(Gogo Formation)에서 발견된 마테르피스키스(Materpiscis attenboroughi)는 배아와 석회화된 탯줄을 보존한 표본으로, Long et al.(2008)이 척추동물 최초의 직접적 태생(viviparity) 증거로 기재하였다(약 3억 8,000만 년 전).
판갑류(Petalichthyida) — 넓은 두갑을 가진 납작한, 주로 저서성 형태이다. 마크로페탈리크티스(Macropetalichthys) 등은 주로 두갑 재료로 알려져 있으며 턱 구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편평류(Rhenanida) — 등배로 납작해져 현생 홍어·가오리와 수렴 진화한 체형을 가진 형태이다. 몸 일부가 큰 판이 아닌 작은 테서라(tessera)로 덮여 있다는 점에서 다른 판피류와 구별된다.
엽린류(Phyllolepida) — 극도로 납작한 형태로, 넓게 확장된 동갑을 가지며 곤드와나와 로루시아 양쪽의 데본기 퇴적층에서 발견된다.
극흉류(Acanthothoraci) — 초기 분기하는 형태로, 판피류 두개골 해부의 원시 상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캐나다 북극권 초기 데본기의 로문디나(Romundina) 속은 초기 유악척추동물의 두개 해부 연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계통학적 위치와 단계통·측계통 논쟁
판피류의 계통학적 지위는 초기 척추동물 고생물학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판피류는 단계통 강(class)으로, 현생 유악척추동물(연골어류 + 경골어류)의 자매군으로 여겨져 왔다. 두동관절, 독특한 악판 배열, 비강 피막과 뇌함의 분리 등이 공유 파생 형질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2009년, 마틴 브라조(Martin Brazeau)가 Nature에 발표한 획기적 분석에서 판피류를 유악척추동물 줄기군(stem gnathostome)의 측계통(paraphyletic) 배열로 복원하며 이 합의에 도전하였다. 이 가설에서는 서로 다른 판피류 계통이 현생 유악척추동물 관군(crown group)으로 이어지는 줄기를 따라 순차적으로 분기하며, 절지류와 유사 형태(엔텔로그나투스 등)가 관군에 가장 가깝고 동갑류·판갑류는 더 기저적 위치를 차지한다. 이 측계통 배열은 이후 Zhu et al.(2013), Dupret et al.(2014), Giles et al.(2015), Brazeau & Friedman(2015) 등의 분석에서 지지되었다.
후기 실루리아기 중국 윈난성에서 발견된 엔텔로그나투스 프리모르디알리스(Entelognathus primordialis, Zhu et al., 2013)의 발견은 특히 혁신적이었다. 이 판피류 형태의 물고기는 이전에 경골어류에만 고유하다고 여겨진 변연 악골(전상악골, 상악골, 치골)을 갖추고 있어, 판피류와 경골어류 외골격 사이의 진화적 연속성을 시사하였다. 이 발견은 판피류의 측계통 배치를 강력히 뒷받침하였다.
그러나 King et al.(2017)은 베이지안 형태 시계법(Bayesian morphological clock)을 적용하여 판피류의 단계통과 측계통이 본질적으로 동등하게 간명(parsimonious)함을 발견하였으며, 엄밀 합의 수형도에서 판피류가 단계통으로 복원되었다. 이들은 판피류의 측계통이 계통 간 극도로 불균형한 진화 속도를 요구한다고 지적하였다. Brazeau & Friedman(2015)이 언급한 바와 같이, 이 '판피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고생태와 고지리
판피류는 데본기에 극도로 다양한 생태적 지위를 점유하였다. 이들은 담수 환경을 식민한 최초의 척추동물 중 하나였으며, 외양(open ocean)에 처음 진출한 척추동물이기도 하였다. 생태적 역할은 저서 식이류·무척추동물 포식자(많은 동갑류), 경갑식 갑각류 분쇄자(호주 고고층의 일부 절지류), 활동적 원양 포식자(둔클레오스테우스, 셀레노스테우스류), 그리고 여과 섭식자 가능성이 있는 형태(티타니크티스)까지 아울렀다.
판피류 화석은 남극대륙을 포함한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었다. 중요 화석 산지로는 서부 호주의 고고층(탁월한 삼차원 보존 표본),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셰일(둔클레오스테우스 등 대형 절지류), 캐나다 퀘벡의 에스큐미낙만(보트리올레피스 보존), 중국 윈난·구이저우 지역(가장 오래되고 계통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판피류 산출지) 등이 있다. 1997년 남극에서 발견된 판피류 화석에서는 색소 세포가 보존되어 있었는데, 배쪽은 무지개빛 은색, 등쪽은 붉은색이었다. 이는 판피류가 체색이 직접적으로 알려진 가장 오래된 척추동물임을 의미하며, 색각(色覺)의 존재 가능성도 시사한다.
생식 생물학
판피류 고생물학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 중 하나는 이들의 생식 전략에 관한 것이다. 익치류가 골반 교미기(체내수정을 위한 삽입 기관)를 가졌음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2008년 호주 고고층에서 마테르피스키스 아텐보로이(Materpiscis attenboroughi, 데이비드 아텐버러 경을 기리는 이름)의 발견은 이 지식을 극적으로 확장하였다. 이 표본은 석회화된 탯줄로 어미와 연결된 발생 중인 배아를 보존하고 있어, 약 3억 8,000만 년 전 척추동물 최초의 직접적 태생 증거를 제공하였다. 이후 Trinajstic et al.(2009)은 절지류 인키소스쿠툼 리치이(Incisoscutum ritchiei) 내부의 배아를 기재하였고, Long et al.(2015)은 동갑류에서도 교미기를 입증하여 체내수정이 판피류 전체에 걸쳐 광범위하거나 원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만약 판피류가 측계통이라면, 현생 유악척추동물의 관군이 기원하기 전에 체내수정이 상실되었다는, 현생 척추동물에서 유례없는 역전(reversal) 시나리오를 함축한다.
멸종
판피류는 데본기 전 기간에 걸쳐 존속하였으나, 데본기 말 항엔베르크 사건(약 3억 5,890만 년 전, 데본기-석탄기 경계)에 완전히 멸종하였다. 항엔베르크 사건은 광범위한 해양 무산소증, 빙하작용, 해수면 변동과 연관된 대규모 생물 위기였다. 판피류의 다양성은 이미 후기 데본기를 거치며 감소하였는데—앞선 켈바서 사건이 일부 계통을 축소시켰다—항엔베르크 사건은 잔존하는 모든 판피류 다양성을 제거하였다. 완전 멸종의 원인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들의 생태적 특수화와 해당 시기의 환경 격변이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UCMP는 이들의 멸종이 '상당히 갑작스러웠다'고 기술하며, 거의 같은 시기에 출현하여 4억 년 이상 생존한 상어와 대조적이라고 지적한다. 판피류의 멸종은 수많은 생태적 지위를 비웠고, 이 지위는 석탄기 동안 연골어류와 경골어류에 의해 채워졌다.
진화적 의의
판피류는 척추동물 진화사에서 중추적 위치를 차지한다. 유악척추동물의 최초 대규모 방산으로서, 악구류 체제 조립의 핵심 전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화석은 턱의 기원(아가미 궁에서의 변환 가능성), 쌍지느러미(가슴·배지느러미 모두)의 진화, 체내수정·태생의 발달, 그리고 소편형(micromeric, 작은 비늘) 피부 골격에서 대편형(macromeric, 큰 판) 피부 골격으로의 전환에 관한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다. 엔텔로그나투스의 발견은 경골어류의 큰 피부 뼈가 판피류형 전구 구조에서 직접 진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이차적 획득이 아님을 의미한다. 판피류가 최종적으로 단계통인지 측계통인지 해결되면, 이러한 혁신들이 어떤 순서로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이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중문화와 인지도
판피류 중에서 둔클레오스테우스는 선사시대 가장 무서운 포식자 중 하나로 대중문화에서 특히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거대한 갑옷 두개골과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악판은 Anderson & Westneat(2007)의 추정에 따르면 교합면 끝에서 5,000뉴턴 이상의 교합력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특징은 둔클레오스테우스를 전 세계 박물관 전시와 고생물학 다큐멘터리의 단골 소재로 만들었다. '공룡 이전의 생물' 관련 검색에서 둔클레오스테우스가 두드러지게 등장하여, 고생대 생물 중 가장 잘 알려진 종 중 하나이다. 한편, 보트리올레피스는 60종 이상이 기재되어 화석 기록에서 가장 지리적으로 광범위하고 종이 풍부한 척추동물 속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