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 [익스팅션]

멸종

Extinction

📅 1796년👤 Georges Cuvier
📝
어원 (Etymology)라틴어 exstinguere (ex- '완전히' + stinguere '끄다, 소멸시키다')에서 파생. 15세기 초 영어에 '소화된, 꺼진'이라는 뜻으로 유입되었으며, 1690년대부터 생물 종의 소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 정의

멸종(Extinction)은 특정 생물 종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져 더 이상 개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멸종은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 자연재해, 종간 경쟁, 유전적 다양성 감소, 인간 활동에 의한 남획 등 다양한 환경적·진화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지구 역사를 통해 존재했던 종의 약 99%가 이미 멸종한 것으로 추정되며, 평상시에도 연간 약 1~5종이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배경 멸종(background extinction)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에 전 지구적 규모로 종의 대규모 소실이 발생하는 대멸종(mass extinction)은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살아남은 계통에게 새로운 적응 방산의 기회를 제공하여 생명의 진화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사건이다.

📚 상세 정보

1 멸종 개념의 역사

멸종이 실제 자연현상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확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8세기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신의 창조 질서에 의해 모든 종이 영원히 존속한다고 믿었으며, 화석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현생종의 유해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 인물이 프랑스 자연학자 조르주 퀴비에(Georges Cuvier, 1769–1832)이다.

퀴비에는 1795년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 합류한 후 비교해부학의 전문가로 성장했다. 그는 1796년 파리 근처에서 발견된 화석 코끼리의 골격을 현생 아프리카코끼리 및 인도코끼리와 비교 분석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 화석이 현존하는 어떤 코끼리 종과도 명확히 다른 별개의 종임을 입증했다. 이들이 지구상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은 체구가 너무 커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퀴비에는 주장했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그는 거대 땅늘보, 아일랜드엘크, 아메리카마스토돈 등 다수의 멸종 대형 포유류를 기재하며 멸종이 지구 생명 역사의 사실임을 확립했다.

퀴비에는 나아가 화석 기록에서 관찰되는 생물상의 급격한 교체를 설명하기 위해 격변설(catastrophism)을 제안했다. 그는 지구가 주기적으로 대규모 홍수와 같은 격변적 사건을 겪었으며, 이 사건들이 다수의 종을 동시에 소멸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 찰스 다윈은 멸종을 자연선택의 필연적 결과로 설명했지만, 대규모 격변에 의한 동시다발적 멸종이라는 퀴비에의 통찰은 현대 대멸종 연구를 통해 상당 부분 검증되었다.

2 배경 멸종과 대멸종

멸종은 크게 배경 멸종(background extinction)대멸종(mass extinction)으로 구분된다.

배경 멸종은 특정 격변 없이도 환경 변화, 종간 경쟁, 유전적 병목 등의 이유로 개별 종이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이다. 화석 기록을 종합하면 배경 멸종률은 대략 100만 종당 연간 0.1~1종(E/MSY)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생물 다양성의 정상적인 교체(turnover)를 구성하며, 새로운 종의 출현(종분화)과 대체로 균형을 이룬다.

대멸종은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통상 280만 년 이하) 동안 전 지구적 범위에서 전체 종의 약 75% 이상이 소실되는 사건을 가리킨다. 대멸종은 배경 멸종과 질적으로 다른 메커니즘—소행성 충돌, 대규모 화산 활동, 급격한 기후 변동, 해수면 변화 등—에 의해 촉발된다. 대멸종은 기존 생태계를 해체하고, 생존한 계통이 빈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거나 새로운 지위를 창출하면서 적응 방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3 5대 대멸종 사건

지구 역사에서 화석 기록에 명확히 기록된 5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다. 이를 통칭하여 '빅 파이브(Big Five)'라 부른다.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대멸종 (약 4억 4,380만 년 전): 기온의 급격한 하강과 대륙 빙하 형성으로 해수면이 극적으로 낮아지면서 해양 종의 약 85%가 소멸했다. 주로 해양 무척추동물에 집중된 멸종이었다.

데본기 후기 대멸종 (약 3억 7,200만~3억 5,900만 년 전): 단일 사건이 아닌 수백만 년에 걸친 다단계 멸종으로, 전체 동물 종의 70~80%가 사라졌다. 해양 완족동물의 약 86%가 멸종했으며, 산호, 삼엽충, 코노돈트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와 냉각의 반복, 해수면 변동, 대기 중 산소·이산화탄소 농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약 2억 5,190만 년 전): '대죽음(Great Dying)'으로도 불리는 지구 역사상 최악의 멸종 사건이다. 전체 종의 약 90%, 해양 종의 약 95%, 육상 종의 약 70%가 소멸했다. 모든 삼엽충이 이 시기에 최종적으로 사라졌다. 시베리아 트랩의 대규모 화산 분출이 주된 원인으로 널리 받아들여지며,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방출, 해양 산성화, 해양 무산소 환경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약 2억 130만 년 전): 전체 종의 약 76%가 사라졌으며, 해양 과(family) 수준에서도 약 20%가 소멸했다. 중앙 대서양 마그마 활동구(CAMP)의 대규모 화산 활동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멸종은 공룡이 육상 생태계의 지배적 위치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백악기-팔레오기(K-Pg) 대멸종 (약 6,600만 년 전): 비조류 공룡을 포함한 전체 동물 종의 약 80%가 멸종한 사건이다.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지름 약 10km의 소행성이 충돌하여 직경 180km 이상의 칙술루브 충돌구를 형성한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널리 인정된다. 충돌에 의한 쓰나미, 지진, 먼지 구름에 의한 햇빛 차단, 그리고 인도 데칸 트랩의 대규모 화산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멸종은 포유류의 적응 방산과 궁극적으로 인류의 출현을 가능케 한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4 멸종의 선택성과 생존 요인

대멸종은 무차별적이지 않다. 특정 생태적·형태적·지리적 특성을 가진 분류군이 더 취약하거나 더 잘 살아남는 선택성(selectivity)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K-Pg 대멸종에서 비조류 공룡, 암모나이트, 해양 파충류 등은 멸종했지만, 소형 포유류, 악어류, 거북류, 조류(수각류의 일파)는 살아남았다. 체구가 작고 잡식성이며 은신처를 활용할 수 있는 종이 유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조류(새)는 수각류 공룡의 한 계통으로서 K-Pg 대멸종을 통과하여 오늘날까지 번성하고 있다. 따라서 엄밀한 계통분류학적 관점에서 공룡은 완전히 멸종하지 않았다.

5 멸종 연구의 방법론적 과제

화석 기록을 통한 멸종 연구에는 여러 방법론적 편향이 존재한다. 시그너-립스 효과(Signor-Lipps effect)는 화석 보존과 발견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실제로는 동시에 멸종한 종들의 최종 출현 시점이 화석 기록에서 시간적으로 분산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급격한 대멸종이 점진적으로 보일 수 있다.

또한 라자루스 분류군(Lazarus taxa)은 화석 기록에서 일정 기간 사라졌다가 이후 다시 나타나는 분류군을 가리킨다. 이는 해당 종이 실제로 멸종했다 부활한 것이 아니라, 보존 조건의 변화로 화석 기록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적 한계를 인식하고 보정하는 것이 현대 멸종 연구의 핵심 과제이다.

6 제6의 대멸종 논의

다수의 생태학자와 보전생물학자는 현재 지구가 제6의 대멸종(sixth mass extinction)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Barnosky et al. (2011)은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재의 멸종 속도가 화석 기록의 배경 멸종률을 크게 초과하며, 이 추세가 수백 년 내에 역사적 대멸종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eballos et al. (2015)은 Science Advances에서 현대 척추동물의 멸종 속도가 배경 멸종률의 약 100배에 달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현재 추정되는 멸종 속도는 배경 멸종률의 100~10,000배이며, 서식지 파괴, 남획, 오염, 외래종 유입, 기후 변화 등 인간 활동이 주요 원인이다. 다만 일부 연구자들은 현재의 종 소실 규모가 과거 대멸종의 75% 이상 종 소실이라는 기준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으며, '대멸종'이라는 용어의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7 멸종의 진화적 의의

멸종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진화의 핵심 동력 중 하나이다. 대멸종 이후 생존한 계통은 비어버린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면서 적응 방산(adaptive radiation)을 일으킨다. K-Pg 대멸종 이후 포유류가 육상 생태계의 지배적 위치에 오른 것이 대표적 사례이며, 페름기 대멸종 이후에는 공룡을 포함한 지배파충류(archosaurs)가 부상했다. 이처럼 멸종은 생명 역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사건으로서, 생물 다양성의 파괴인 동시에 새로운 다양성 창출의 전제 조건이 된다.

🔗 참고 자료

📄Raup, D.M. & Sepkoski, J.J. (1982). Mass Extinctions in the Marine Fossil Record. Science, 215(4539), 1501–1503. doi:10.1126/science.215.4539.1501
📄Barnosky, A.D. et al. (2011). Has the Earth's sixth mass extinction already arrived? Nature, 471, 51–57. doi:10.1038/nature09678
📄Ceballos, G. et al. (2015). Accelerated modern human–induced species losses: Entering the sixth mass extinction. Science Advances, 1(5), e1400253. doi:10.1126/sciadv.1400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