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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 (두개골 돌기)

Cranial C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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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Etymology)영어 crest: 고프랑스어 creste, 라틴어 crista '볏, 깃장식, 산마루'에서 유래

📖 정의

볏(Crest)은 일부 공룡 및 기타 고생물의 두개골 상부에 발달한 돌출 구조물로, 전상악골(premaxilla)·비골(nasal) 등 두개골 요소의 확장에 의해 형성된다. 람베오사우루스아과(Lambeosaurinae) 하드로사우루스류에서는 내부가 비강(nasal passage)의 복잡한 만곡으로 채워진 중공형(hollow) 볏이, 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오비랍토르류(Oviraptoridae) 등 수각류에서는 골질 충실형(solid) 볏이 각각 발달하였다. 중공형 볏은 공기가 내부 통로를 통과하며 저주파 공명음을 생성하는 음향 증폭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분석되며(Weishampel, 1981), 충실형 볏은 주로 시각적 과시·종 인식·성적 선택(sexual selection) 기능을 담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볏의 형태는 속·종 수준에서 높은 진단적 가치를 지니며, 개체발생(ontogeny) 과정에서 극적으로 변화하여 분류학·계통학 연구에서 핵심적인 형질로 다루어진다. 2014년 에드몬토사우루스(Edmontosaurus regalis)의 미라화 표본에서 골질 볏 없이 연조직만으로 구성된 수탉볏형 구조가 발견되어, 화석으로 보존되지 않는 연조직 장식이 더 광범위하게 존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 상세 정보

1 볏의 해부학적 구성

공룡의 두개골 볏(cranial crest)은 주로 전상악골(premaxilla)과 비골(nasal)의 배측(dorsal) 확장에 의해 형성된다. 람베오사우루스아과에서는 전상악골의 배측 돌기(dorsal process)가 두개골 상부로 크게 뻗어 나가며, 비골이 이 구조의 복측(ventral) 관 부분을 형성한다. 전상악골의 측면 돌기(lateral process)는 배측 관과 복측 관 사이를 덮는 판상 구조 역할을 한다(Gates et al., 2021). 볏 내부에는 비강 전정(nasal vestibule)에서 기원하는 s자형 만곡(s-loop), 공통 중앙실(common median chamber), 측면 게실(lateral diverticulum) 등 복잡한 기도 구조가 포함된다. 2026년 발표된 Dudgeon et al.의 연구는 성숙 개체의 CT 스캐닝을 통해 코리토사우루스(Corythosaurus)·람베오사우루스(Lambeosaurus)·히파크로사우루스(Hypacrosaurus) 사이에 내부 비강 구조가 속 수준에서 현저히 다름을 입증하였다.

수각류의 경우, 딜로포사우루스의 볏은 비골(nasal)과 누골(lacrimal)의 판상 확장으로 구성되며(nasolacrimal crest로 지칭), 내부에 비강 통로가 포함되지 않는 충실형이다. 오비랍토르류의 볏은 전상악골과 비골의 배측 확장으로 형성되며, 코리토랍토르(Corythoraptor)에서는 현생 화식조(cassowary)의 투구형 볏과 수렴 진화한 형태가 관찰된다.

2 중공형 볏과 음향 기능

람베오사우루스아과의 중공형 볏은 공명 구조로서의 기능이 가장 유력하게 지지된다. Weishampel(1981)은 파라사우롤로푸스(Parasaurolophus)의 볏 내부 비강 구조를 관악기에 비유하여 음향 분석을 수행하였으며, 볏이 55~720 Hz 범위의 저주파 공명음을 생성할 수 있었다고 계산하였다. 종에 따라 볏의 크기·형태·비강 통로 길이가 다르므로, 각 종(또는 개체)이 고유한 음색을 산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산디아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ies)의 Carl Diegert와 뉴멕시코 자연사박물관의 Tom Williamson은 1995년 뉴멕시코에서 발견된 파라사우롤로푸스 두개골 화석(P. tubicen)의 CT 스캔 데이터를 이용하여 3차원 음향 모델을 구축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소리를 재현하였다. 결과는 저주파의 울림 있는 나팔 소리로, 성대(vocal cord) 유무에 따라 변주가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 소리가 수 킬로미터까지 전달될 수 있었으며, 각 개체가 개별적으로 구분 가능한 음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Dudgeon et al.(2026)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성숙 람베오사우루스(L. lambei)의 내부 s-loop는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극도로 발달하여 비강 통로가 현저히 길어지며, 이는 코리토사우루스보다 더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생산할 수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들 속이 백악기 후기 다이노소어 주립공원층(Dinosaur Park Formation)에서 동시대에 공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속별로 상이한 음역을 활용함으로써 종간 음향적 격리(acoustic niche partitioning)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3 시각적 과시와 사회성적 신호 기능

볏의 일차적 기능에 대해 현재 학계의 합의는 사회성적 과시(socio-sexual display)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Dodson, 1975; Hopson, 1975; Evans et al., 2009). 볏은 종 인식(species recognition), 성별 식별(sex discrimination), 건강·유전적 질 신호(honest signal of fitness) 등 복합적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Hone et al.(2012)은 공룡과 익룡의 두부 장식에 대해 상호 성선택(mutual sexual selection)이 핵심 진화 동력이라는 가설을 제안하였으며, Knell & Sampson(2011)은 종 인식 가설만으로는 과도하게 정교한 장식의 진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성선택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충실형 볏(딜로포사우루스, 오비랍토르류, 구안롱(Guanlong) 등)에서는 음향 기능이 배제되므로, 시각적 과시·동종 인식이 주 기능으로 간주된다. 딜로포사우루스의 얇은 이중 볏은 물리적 전투에 사용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므로, 시각적 과시 전용 장식으로 해석된다. 2026년 발표된 비교 두개 생역학(cranial biomechanics) 연구에서는, 딜로포사우루스와 구안롱의 볏이 교합(biting) 시 버팀대(buttress) 역할을 하여 두개골 구조를 보강하는 부차적 기능도 수행했을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4 개체발생(Ontogeny)에 따른 볏의 변화

람베오사우루스아과의 볏은 개체발생 과정에서 극적인 형태 변화를 겪는다. 유체(juvenile)에서는 볏이 작고 단순한 형태이나, 성장함에 따라 급격히 확대·복잡화된다. 이 때문에 유체 표본만으로는 종 수준의 동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파라사우롤로푸스에서 Gates et al.(2021)은 유체 표본(DMNH EPV.132300)과 성체 표본의 비교를 통해, 볏 형태에 기초한 종 진단이 성장 단계를 고려하지 않으면 오류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 코리토사우루스에서도 유체·아성체·성체 간에 측면 게실의 전방 돌기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s-loop가 확대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Dudgeon et al., 2026).

성적 이형(sexual dimorphism)의 가능성도 논의되어 왔으나, 대부분의 연구에서 볏 형태의 변이를 성별보다 개체발생적 변이와 개체 변이로 설명하는 경향이 우세하다.

5 연조직 볏의 발견과 함의

2014년 Bell et al.은 캐나다 앨버타 와피티층(Wapiti Formation)에서 발견된 에드몬토사우루스(Edmontosaurus regalis)의 미라화 표본에서 수탉(cock)의 볏과 유사한 연조직 두개골 장식을 보고하였다. 이 종은 골질 두개골 볏이 없는 하드로사우루스아과(Hadrosaurinae)에 속하며, 이 발견은 골격으로 보존되지 않는 연조직 장식이 광범위하게 존재했을 가능성을 최초로 실증하였다. 2025년 Science에 발표된 후속 연구에서는 에드몬토사우루스 아넥텐스(E. annectens)의 미라 표본 두 개체에서 목과 몸통 위를 따라 늘어선 연조직 등줄기(fleshy midline crest)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 발견들은 기존의 '볏이 있는 하드로사우루스(람베오사우루스아과) vs. 볏이 없는 하드로사우루스(하드로사우루스아과)'라는 이분법이 과도한 단순화였음을 시사하며, 화석으로 보존되기 어려운 연조직 과시 구조가 공룡 다양성의 상당 부분에서 존재했으나 기록에 남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6 주요 분류군별 볏 형태 비교

파라사우롤로푸스(Parasaurolophus): 전상악골 배측 돌기가 두개골 후방으로 길게 뻗은 관형 볏. 3종이 인정되며(P. walkeri, P. tubicen, P. cyrtocristatus), 종마다 볏 길이·곡률이 다르다. 비골이 복측 관의 약 80%를 형성한다(Gates et al., 2021).

코리토사우루스(Corythosaurus): 반원형~투구형 볏. 내부에 잘 발달한 s-loop와 대형 후방 측면 게실을 포함한다.

람베오사우루스(Lambeosaurus): 전방을 향한 도끼형 볏. 성체에서 s-loop가 극도로 발달하여 현재 알려진 람베오사우루스류 중 가장 복잡한 내부 구조를 가진다(Dudgeon et al., 2026).

딜로포사우루스(Dilophosaurus): 비골과 누골이 형성하는 한 쌍의 얇고 높은 판상 볏. 충실형이며 초기 쥐라기(약 1억 9,300만 년 전) 대형 수각류.

오비랍토르류: 전상악골·비골 기원의 다양한 형태 볏. 코리토랍토르(Corythoraptor jacobsi)는 현생 화식조와 수렴 진화한 헬멧형 볏을 가진다.

7 과거 기각된 가설

볏의 기능에 대해 역사적으로 제시된 가설 중 현재 기각되거나 부차적으로 격하된 것들이 있다. 스노클링(수중 호흡)을 위한 공기 저장 장치 가설(Sternberg, 1935)은 볏에 외부 개구부가 없다는 점에서 부정되었다. 방어용 무기 가설(Abel, 1924)은 중공형 볏의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기각되었다. 후각 기능 증진 가설(Ostrom, 1961, 1962)은 볏 내부 공간의 대부분이 후각 상피가 아닌 비강 전정에 해당한다는 해부학적 분석에 의해 약화되었다(Evans et al., 2009). 체온 조절(thermoregulation) 가설도 제시되었으나, 볏의 표면적이 체온 조절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 참고 자료

📄Weishampel, D.B. (1981). Acoustic analyses of potential vocalization in lambeosaurine dinosaurs (Reptilia: Ornithischia). Paleobiology, 7(2), 252–261. https://doi.org/10.1017/S0094837300004036
📄Evans, D.C., Ridgely, R. & Witmer, L.M. (2009). Endocranial anatomy of lambeosaurine hadrosaurids (Dinosauria: Ornithischia): A sensorineural perspective on cranial crest function. Anatomical Record, 292, 1315–1337. https://doi.org/10.1002/ar.20984
📄Dudgeon, T.W., Brown, C. & Evans, D.C. (2026). The internal crest anatomy of Lambeosaurini (Hadrosauridae: Lambeosaurinae). Anatomical Record, 1–14. https://doi.org/10.1002/ar.70125
📄Bell, P.R., Fanti, F., Currie, P.J. & Arbour, V.M. (2014). A mummified duck-billed dinosaur with a soft-tissue cock's comb. Current Biology, 24(1), 70–75. https://doi.org/10.1016/j.cub.2013.11.008
📄Gates, T.A., Evans, D.C. & Sertich, J.J.W. (2021). Description and rediagnosis of the crested hadrosaurid (Ornithopoda) dinosaur Parasaurolophus cyrtocristatus on the basis of new cranial remains. PeerJ, 9, e10669. https://doi.org/10.7717/peerj.10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