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용각류
Prosauropod
📖 정의
원시용각류(Prosauropoda)는 트라이아스기 후기부터 쥐라기 전기(약 2억 3,000만~1억 8,000만 년 전)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분포했던 용각형류(Sauropodomorpha) 공룡의 비공식적 분류 집단이다. 이 집단은 1920년 프리드리히 폰 후에네에 의해 명명되었으며, 용각류(Sauropoda)의 조상 계통으로 여겨졌다. 대표 속으로 플라테오사우루스, 마소스폰딜루스, 루펜고사우루스, 리오자사우루스, 테코돈토사우루스 등이 있으며, 체장은 1~12미터 범위로 후대의 용각류에 비해 소형이었다. 이들은 이엽형(잎 모양) 치아, 체구에 비해 작은 머리, 긴 목을 특징으로 하며, 대부분 이족 보행 또는 수시 사족 보행이 가능한 초식·잡식 동물이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이들은 육상 생태계에서 최초로 대형 초식 공룡 군집을 형성하여, 일부 군집에서는 알려진 생물량의 최대 95퍼센트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 분지학적 분석에서 원시용각류는 측계통군(paraphyletic group)으로 판명되어, 자연적 단계통군이 아닌 용각류로 이행하는 기저 용각형류의 등급(grade)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현재 학계에서는 '원시용각류'라는 명칭 대신 '기저 용각형류(basal Sauropodomorpha)'라는 용어가 선호된다.
📚 상세 정보
1 명명과 연구사
원시용각류(Prosauropoda)라는 분류군 명칭은 1920년 독일의 고생물학자 프리드리히 폰 후에네(Friedrich von Huene, 1875–1969)가 트라이아스기 후기와 쥐라기 전기에 살았던 초식·잡식성 용반목 공룡들을 묶어 제안한 것이다. 후에네는 이 집단을 용각류(Sauropoda)의 직접적인 조상 계통으로 간주하였으며, 초기에는 잡식성 '팔라이오사우리아(Palaeosauria)'와 초식성 '플라테오사우리아(Plateosauria)'로 세분하였다. 그러나 팔라이오사우리아에 포함되었던 화석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라우이수쿠스류(rauisuchian) 등 공룡이 아닌 주룡류의 턱뼈와 혼동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 이분법적 체계는 20세기 중반 이후 폐기되었다.
원시용각류에 대한 현대적 연구의 기초를 놓은 것은 1976년 피터 골턴(Peter Galton)의 북미 원시용각류 종합 연구이다. 이후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각지에서 새로운 속과 종이 속속 기재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 이 집단의 계통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분지학적 재평가가 이루어졌다.
2 분류학적 위치와 측계통성 논쟁
원시용각류의 분류학적 유효성은 현대 고생물학에서 가장 오래 논의된 문제 중 하나이다. 전통적으로 원시용각류는 용각형류(Sauropodomorpha) 내에서 용각류(Sauropoda)의 자매군인 단계통군으로 간주되었다. 폴 세레노(Paul Sereno, 1998, 1999)는 원시용각류를 '플라테오사우루스 엔겔하르티에 살타사우루스보다 더 가까운 모든 동물'로 정의한 바 있으며, 골턴과 업처치(Galton & Upchurch, 2004) 등도 단계통적 해석을 지지했다.
그러나 아담 예이츠(Adam Yates, 2003, 2004, 2006, 2007)의 분지학적 분석 결과, 전통적 원시용각류에 포함되던 속들이 용각류에 이르는 계통수 위에 순차적으로 배열되는 측계통적 등급(paraphyletic grade)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레노(2007) 역시 이 문제를 인정하며, 미래의 해결책이 완전한 단계통과 완전한 측계통 사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마스 홀츠(Thomas Holtz)의 메릴랜드 대학 강의 자료(2025)에 따르면, 일부 분석에서는 플라테오사우루스과, 리오자사우루스과, 마소스폰딜루스과 등이 '핵심 원시용각류(core Prosauropoda)'라는 단계통군을 형성하지만, 다른 분석에서는 이들조차 측계통적 등급에 불과하다.
현재 학계의 주류적 합의는 '원시용각류'가 유효한 분지학적 분류군이 아니라는 것이며, 대신 '기저 용각형류(basal sauropodomorphs)'라는 비공식적 용어가 사용된다. 다만 편의상 '원시용각류'라는 용어는 여전히 비공식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3 형태학적 특징
원시용각류로 전통적으로 분류되는 공룡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된 형태적 특징을 보인다.
두개골과 치아: 머리가 체구에 비해 매우 작으며, 이엽형(잎 모양)의 치관을 가진 조대한 거치(粗大 鋸齒)가 있는 치아를 갖추고 있다. 상악 치열이 하악 치열을 감싸는 이른바 '감싸기 교합(wrap-around overbite)'을 보였다. 에프라시아 이후의 형태에서는 작은 볼살(fleshy cheek)이 발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치아는 저작에 효율적이지 않아 호두까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였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석(gastroliths, 위장 내 연마석)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과 체형: 목은 다른 용반류에 비해 길었으며 약 10개의 연장된 경추로 구성되었다. 꼬리는 전체 체장의 약 절반을 차지할 만큼 길었다.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상당히 길어 앞다리 길이가 뒷다리의 약 절반에 해당했다.
보행 방식: 전통적으로 수시 이족 보행(facultative bipedalism)이 가능한 것으로 해석되었으나, 최근 전완부와 손목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핵심 원시용각류는 사실 의무적 이족 보행자(obligate biped)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리오자사우루스처럼 사지 비율상 사족 보행이 확실시되는 예외도 있다. 멜라노로사우루스과 등 보다 진보된 형태('근사우로포드')에서는 수시 또는 의무적 사족 보행으로 전환이 이루어졌다.
크기: 가장 기저적인 용각형류는 체장 1~2.5미터의 소형이었으나, 핵심 원시용각류는 대부분 3~10미터에 달했다. 멜라노로사우루스는 약 12미터, 에우스켈로사우루스는 약 10미터까지 성장했다. 근사우로포드 단계에서는 10~13미터, 체중 약 5톤에 이르렀다.
4 대표 분류군
최기저 용각형류(Basalmost sauropodomorphs): 사투르날리아, 에오랍토르(한때 기저 수각류로 분류), 판파기아, 부리올레스테스 등. 카르니절(트라이아스기 후기 초반)에 한정되며, 체장 1~2.5미터의 소형 잡식성·이족 보행 공룡이었다.
핵심 원시용각류(Core prosauropods): 플라테오사우루스과(트라이아스기 후기 유럽의 플라테오사우루스), 리오자사우루스과(트라이아스기 후기 아르헨티나의 리오자사우루스), 마소스폰딜루스과(쥐라기 전기 남아프리카의 마소스폰딜루스, 중국의 루펜고사우루스, 북미의 세이타아드 등). 이들은 트라이아스기 후기~쥐라기 전기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지배적인 초식 공룡군이었다.
근사우로포드(Near-sauropods): 안키사우루스, 윈나노사우루스, 멜라노로사우루스과 등. 이들은 원시용각류와 용각류 사이의 전환적 형태로, 일부 연구에서는 기저 용각류로 분류되기도 한다.
5 고생태학과 분포
원시용각류는 판게아(Pangaea) 초대륙이 아직 온전하던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전 세계적으로 분포를 확장했다. 화석은 유럽(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 남미(아르헨티나, 브라질), 아프리카(남아프리카, 레소토, 짐바브웨), 아시아(중국, 인도), 북미, 남극, 그린란드에서 발견되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만 확실한 기록이 없다.
이들의 급속한 다양화는 카르니절 강우 사건(Carnian Pluvial Event)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이 습윤 기후 시기에 새로운 형태의 교목(喬木)이 진화·다양화했고, 이 새로운 자원이 보다 대형인 초식 공룡의 번성을 촉진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 일부 군집에서 원시용각류는 알려진 생물량의 최대 95퍼센트를 차지했으며, 이는 공룡이 최초로 특정 생태적 역할을 지배한 사례로 간주된다.
6 멸종과 용각류로의 전환
핵심 원시용각류는 쥐라기 전기 말까지 화석 기록에서 사라진다. 2020년 레이븐 등(Raven et al.)의 연구는 이 멸종을 쥐라기 전기 토아르절 초(약 1억 8,300만 년 전)에 발생한 젠킨스 사건(Jenkyns Event)과 연결시켰다. 이 전 지구적 온난화 사건은 대규모 화산 활동(카루-페라르 대화성암지대)에 의해 촉발되었으며, 식생 변화와 기후 교란이 기저 용각형류 여러 계통의 멸종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각형류의 진화에서 원시용각류에서 용각류로의 전환은 체형 증대, 머리 축소, 목 연장, 완전한 사족 보행으로의 전환이라는 상관적 진행(correlated progression)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두 가지 선택압에 의해 추동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1) 다른 초식 동물과의 경쟁에서 더 높은 수관(canopy)에 접근하기 위한 것, (2) 점점 대형화되는 육식 공룡에 대한 방어를 위한 것이다. 근사우로포드 단계에서 관찰되는 주요 변화로는 볼살의 소실, 치아 간 직접 교합(tooth-to-tooth occlusion)의 발달, 치아 형태의 숟가락 모양으로의 변화, 기둥형 전지의 발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