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룡 / 플레시오사우루스류
Plesiosauria
📖 정의
장경룡류(Plesiosauria)는 중생대 후기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 말(약 2억 300만~6600만 년 전)까지 약 1억 4000만 년간 전 세계 해양에 서식한 이차적으로 수생 생활에 적응한 해양 파충류 목(目)이다. 장궁류(Sauropterygia) 상목에 속하며, 공룡과는 분류학적으로 별개의 분기군이다.
장경룡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네 개의 거의 동일한 형태를 가진 날개형 지느러미발을 이용한 수중 비행(underwater flight) 방식의 추진 체계이다. 이 네 지느러미 추진 방식은 현생 척추동물에서 유례가 없으며, 2017년 수조 실험 결과 뒤쪽 지느러미가 앞쪽 지느러미의 와류와 조화롭게 운동할 때 추력이 최대 60%, 효율이 최대 40%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넓고 편평한 몸통, 짧은 꼬리, 확장된 견대와 골반대로 구성된 체제(Bauplan)는 그룹 전체에 걸쳐 보수적으로 유지되었다.
장경룡류는 크게 긴 목과 작은 머리를 가진 플레시오사우루스상과(Plesiosauroidea)와 짧은 목과 큰 머리를 가진 플리오사우루스상과(Pliosauroidea)로 나뉘지만, 최근 계통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체형은 독립적으로 여러 차례 진화하여 단순한 목 길이 기준의 구분은 신뢰할 수 없다. 장경룡류는 온혈(내온성)이었으며, 태생(난태생이 아닌 태생)으로 번식하고, 극지방과 담수 환경까지 서식 범위를 확장한 성공적인 해양 파충류 분기군이었다.
📚 상세 정보
1 발견사와 명명 경위
장경룡류 화석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605년 리처드 베르스테간(Richard Verstegan)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에는 거대 어류의 척추로 간주되었다. 1718년 영국 노팅엄셔에서 최초의 실질적으로 완전한 장경룡 골격이 발견되었고, 고고학자 윌리엄 스투클리(William Stukeley)가 왕립학회를 위해 이를 구입하면서 연구가 시작되었다. 스투클리는 이 표본이 알려진 어떤 인간 골격과도 다르며, 악어나 돌고래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였다.
1821년 4월 6일, 윌리엄 코니비어(William Daniel Conybeare)와 헨리 드 라 비시(Henry Thomas De la Beche)는 런던지질학회 모임에서 부분 골격을 기재하며 Plesiosaurus dolichodeirus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이것이 장경룡류 최초의 공식 학명이다. 2년 뒤인 1823년, 메리 애닝(Mary Anning)이 영국 도싯(Dorset) 해안에서 거의 완전한 Plesiosaurus 골격을 발견하였으며, 이 표본은 1824년 지질학회 모임에서 공식 발표되었다. 같은 모임에서 최초로 명명된 공룡인 Megalosaurus도 발표되었다. 이 골격의 체형이 너무나 기이하여 당대 최고의 비교해부학자 조르주 퀴비에(Georges Cuvier)는 처음에 위작으로 의심했으나, 원 표본을 직접 조사한 후에야 진위를 인정하였다.
1835년 앙리 마리 뒤크로테 드 블랭빌(Henri Marie Ducrotay de Blainville)이 장경룡류를 목(目) 수준의 분류군 Plesiosauria로 공식 설정하였다.
2 분류학적 위치와 계통 관계
장경룡류는 이궁류(Diapsida) 진궁류(Euryapsida)에 속하는 장궁류(Sauropterygia) 내의 분기군이다. 장궁류는 트라이아스기 초에 바다로 되돌아간 파충류 계통으로, 후판피룡류(Pachypleurosauria), 판치류(Placodontia), 노토사우루스류(Nothosauria), 피스토사우루스류(Pistosauria) 등을 포함한다. 장경룡류는 피스토사우루스류에서 진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꼬리 추진에서 네 지느러미 추진으로의 전환이 핵심적인 진화적 혁신이었다.
Plesiosauria 내부는 전통적으로 두 상과(superfamily)로 구분된다. 긴 목과 작은 머리를 가진 Plesiosauroidea(플레시오사우루스상과)에는 Cryptoclididae, Elasmosauridae, Leptocleididae 등이, 짧은 목과 큰 머리를 가진 Pliosauroidea(플리오사우루스상과)에는 Rhomaleosauridae, Pliosauridae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O'Keefe(2001)의 계통분석 이후 '플리오사우루스형' 체형이 최소 세 번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이 밝혀졌으며, 폴리코틸루스과(Polycotylidae)는 짧은 목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플레시오사우루스상과에 속하는 것으로 재분류되었다(Carpenter 1997; O'Keefe 2001). Benson et al.(2012)의 분석에서는 Rhomaleosauridae가 Pliosauroidea 외부에 위치하며 Neoplesiosauria(Plesiosauroidea + Pliosauridae)의 자매군으로 배치되기도 하여, 내부 분류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3 시간적 분포와 대멸종과의 관계
장경룡류의 가장 오래된 진단 가능한 화석은 트라이아스기 최말기 레티아절(Rhaetian)에 해당하는 약 2억 300만~2억 800만 년 전의 Rhaeticosaurus mertensi(독일 출토, Wintrich et al. 2017)이다. 이 표본의 골조직학은 빠른 성장과 내온성을 시사하며, 계통학적으로 비교적 파생된 위치에 놓여 장경룡류의 분화가 트라이아스기 말 이전에 이미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약 2억 140만 년 전): 다른 모든 장궁류(노토사우루스류, 판치류 등)가 멸종했으나, 장경룡류는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는 장경룡류가 외양(open ocean) 서식에 더 잘 적응하여, 보다 넓은 범위를 이동하며 식량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쥐라기(약 2억 100만~1억 4500만 년 전): 장경룡류는 빠르게 다양화하며 전 세계적으로 분포를 확장했다. 최대 다양성은 후기 쥐라기에 달성되었다(Sullivan 1987). 거대 플리오사우루스류(Pliosaurus, Liopleurodon)가 정점 포식자로 군림했다.
백악기(약 1억 4500만~6600만 년 전): 엘라스모사우루스류가 극단적으로 긴 목을 진화시켰고(목뼈 72개 이상), 일부 종은 담수 환경에도 진출했다. 약 94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 초반의 심각한 기후 변화로 플리오사우루스류와 어룡이 멸종했으나, 장경룡류의 나머지 분기군(엘라스모사우루스류, 폴리코틸루스류 등)은 살아남아 계속 번성했다. 이들은 6600만 년 전 K-Pg 대멸종에서 공룡, 모사사우루스류와 함께 최종적으로 멸종하였다.
4 수영 방식: 네 지느러미 수중 비행
장경룡류의 추진 방식은 19세기부터 논쟁의 대상이었다. 초기에는 전후 방향 노젓기(rowing) 방식이 제안되었으나(Watson 1924), 이후 상하 방향의 양력 기반 운동, 즉 '수중 비행(underwater flight)' 방식이 유력해졌다(Robinson 1975; Tarsitano & Riess 1982). 지느러미발의 길고 좁은 형태가 양력 생성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Muscutt et al.(2017)은 화석에서 복원한 지느러미를 3D 프린팅하여 수조 실험을 수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뒤쪽 지느러미가 앞쪽 지느러미의 후류(vortex street)와 적절한 위상 차이로 운동할 때 추력이 최대 60% 증가하고 효율이 최대 40% 향상되었다. 최적 위상 차이는 수영 속도, 주파수, 지느러미 간격에 따라 달라지므로 단일한 최적 운동 패턴은 존재하지 않으며, 장경룡류는 상황에 따라 '순항(cruising)' 모드와 '질주(sprint)' 모드를 전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네 지느러미 추진 방식은 현생 척추동물에서 유례가 없다. 바다거북, 펭귄, 바다사자 모두 앞쪽 지느러미만 주로 추진에 사용하며, 뒤쪽 지느러미는 방향 전환용으로 쓴다.
5 내온성(온혈)과 생리
Bernard et al.(2010)의 산소 동위원소 분석은 장경룡류의 체온이 약 35±2°C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Fleischle et al.(2018)의 골조직 형태계측 연구는 장경룡류의 대사율이 조류에 비견될 정도로 높았음을 보여주었다. 분자 대사 마커 역시 같은 방향을 지지한다. 다만 최근 연구(Palaobiology, 2025)에서는 장경룡류가 변온 내온성(poikilothermic endotherms, 체온 약 27~34°C)이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여, 어룡(항온 내온성)과는 체온 조절 전략이 달랐을 수 있다.
내온성은 장경룡류가 극지방 냉수 환경까지 서식 범위를 확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남극의 Morturneria는 이빨을 체처럼 사용하여 먹이를 걸러 먹은 것으로 추정되며, 북극의 Ophthalmothule는 상대적으로 큰 눈을 가져 심해 또는 해저의 먹이를 탐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6 번식: 태생과 K-선택 전략
O'Keefe & Chiappe(2011)는 약 7800만 년 전의 Polycotylus latippinus 화석에서 체내에 태아가 보존된 상태를 보고하여, 장경룡류가 태생(viviparity)이었음을 최초로 직접 증명하였다. 태아의 크기는 어미 체장의 약 1/3(약 1.5m)에 달했으며, 단일 태아만 확인되었다. 이는 장경룡류가 극단적인 K-선택 번식 전략을 취했음을 시사한다. 즉, 적은 수의 자손에 높은 투자를 했으며, 태어날 때 이미 큰 체구를 갖추어 포식 위험을 줄였을 것이다. 골조직학 연구에 따르면 성장 속도는 비슷한 크기의 현생 해양 포유류보다도 빨랐다.
7 목의 기능과 진화
장경룡류의 긴 목은 가장 상징적인 특징 중 하나다. Elasmosaurus platyurus의 목뼈 수는 72개로 확인되었으며(Sachs et al. 2013), 일부 엘라스모사우루스류는 75개 이상의 목뼈를 가졌다. 이러한 목 연장은 기린이나 용각류 공룡처럼 기존 뼈를 길게 늘린 것이 아니라, 목뼈의 수 자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달성되었다. 파충류는 포유류에 비해 체형의 유전적 유연성이 높아 이러한 진화가 가능했다.
과거에는 장경룡의 목이 백조처럼 매우 유연했을 것으로 묘사되었으나, Wintrich et al.(2019)의 유한요소해석(FEA) 연구에 따르면 목뼈 간의 밀착된 관절 구조로 인해 실제로는 상당히 강직(rigid)한 구조였다. 목의 기능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존재한다. 큰 몸통에서 머리를 멀리 떨어뜨려 먹이에게 접근할 때 시각적·수력학적으로 몸을 감추는 역할을 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Edward Drinker Cope)가 1868년 Elasmosaurus를 기재할 때 지나치게 긴 목을 꼬리로 착각하여 두개골을 꼬리 끝에 놓은 유명한 실수를 저질렀으며, 경쟁자 오스니엘 찰스 마시(Othniel Charles Marsh)가 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이른바 '화석 전쟁(Bone Wars)'의 도화선이 되었다.
8 외피와 연조직
장경룡류의 외피에 대한 정보는 오랫동안 극히 제한적이었다. Marx et al.(2025)은 독일 포시도니아 셰일(약 1억 8300만 년 전)에서 출토된 거의 완전한 장경룡 화석에서 꼬리 주변과 앞쪽 지느러미 가장자리의 피부 흔적을 보고하였다. 연구 결과, 꼬리와 몸통은 매끄러운 무인편(無鱗片) 피부로 덮여 있었고, 지느러미의 후연부에는 바다거북과 유사한 경질 인편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이중 피부 구조는 수영 시 항력(drag)을 줄이면서도 지느러미를 보호하는 데 유리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내온성과 관련하여 피하에 고래와 유사한 두꺼운 지방층(blubber)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9 서식 환경과 전 세계 분포
장경룡류의 화석은 모든 대륙에서 발견되었으며, 남극의 시모어 섬과 베가 섬, 남미(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아프리카(앙골라, 모로코), 오세아니아(호주, 뉴질랜드), 아시아(일본, 러시아), 북미, 유럽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 분포를 보인다. 호주 라이트닝 릿지(Lightning Ridge)에서는 오팔(opal)로 광물화된 장경룡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해양 환경에 서식했으나, 일부 종은 담수 환경에도 적응했다. 모로코 켐 켐(Kem Kem) 층군에서 발견된 렙토클레이디과(Leptocleididae) 화석과 캐나다 앨버타의 다이노소어 파크 층(Dinosaur Park Formation)의 표본은 장경룡류가 강이나 호수에서도 생활했음을 보여준다.
10 네스 호의 괴물과 대중문화
장경룡류는 대중문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멸종 해양 파충류이다. 스코틀랜드 네스 호 괴물(네시)의 정체로 장경룡이 거론되어 왔으나, 이는 과학적으로 지지되지 않는다. 네시의 목격담 기록은 1000년 이상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장경룡과 유사한 형태로 묘사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 이후이며, 특히 1934년의 유명한 '외과의사 사진(Surgeon's Photograph)' 조작 사건 이후이다. 2019년의 환경 DNA 조사 결과, 네스 호에 장경룡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거대 장어일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지저 여행(1864)에서 장경룡과 어룡의 전투 장면이 등장한 이래, 이들은 과학 소설과 영화에서 꾸준히 다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