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행동
Herding Behavior
📖 정의
무리 행동(Herding Behavior)은 동종(또는 이종) 개체 다수가 지속적·반복적으로 집단을 이루어 이동·채식·번식·방어 활동을 함께 수행하는 사회적 행동 양식이다. 고생물학에서는 주로 공룡의 군집 생활을 가리키며, 화석 뼈 무덤(bone bed), 평행 보행렬(parallel trackway), 집단 둥지(colonial nesting site)를 핵심 증거로 삼는다. 대규모 단일종 뼈 무덤은 센트로사우루스·마이아사우라 등 수백~수천 개체가 동시에 매몰된 사례로 확인되며, 보행렬에서는 같은 방향·같은 속도로 나란히 이동한 족적이 관찰된다. 무리 생활은 포식자에 대한 감시 효율 증가(다수 눈 가설), 개체당 피식 확률 감소(희석 효과), 새끼 보호, 채식지·수원 탐색 효율화 등 생태적 이점을 제공하며, 초기 용각형류에서부터 백악기 후기 하드로사우루스류·각룡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2021년 파타고니아 무사우루스(Mussaurus patagonicus) 연구는 약 1억 9,300만 년 전 초기 쥐라기에 이미 연령 분리형 무리 구조가 존재했음을 밝혀, 공룡 사회적 행동의 기원을 기존 기록보다 약 4,000만 년 앞당겼다.
📚 상세 정보
1 개념과 학술적 배경
무리 행동(gregarious behavior 또는 herding behavior)은 행동생태학에서 집단 생활이 개체 적합도에 미치는 이익과 비용의 균형으로 설명된다. 공룡 고행동학(paleobehavior)에서 이 개념은 19세기 말 대규모 화석 산지가 발견되면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본격적 학술 조명은 1970~1980년대 잭 호너(Jack Horner)의 마이아사우라 둥지·뼈 무덤 연구와 마틴 로클리(Martin Lockley)의 보행렬 분석 이후 급속히 확장되었다. 고생물학에서 '무리 행동'이라는 용어는 좁게는 이동 중 유지되는 공간적 근접성을, 넓게는 집단 번식·연령 분리·계절 이주까지 포괄하는 복합적 사회 전략을 지칭한다.
2 무리 행동의 화석 증거 유형
뼈 무덤(Bone Bed): 단일종 다수 개체가 같은 층준에서 발견되는 대규모 화석 밀집 산지이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앨버타 다이노소어 주립공원(Dinosaur Provincial Park)의 센트로사우루스(Centrosaurus apertus) 뼈 무덤은 수백에서 수천 개체의 잔해를 포함하며, 홍수에 의한 대량 죽음(catastrophic mass mortality)으로 해석된다. 몬태나의 마이아사우라(Maiasaura peeblesorum) 뼈 무덤 역시 다양한 연령대의 개체가 혼재하여 세대 간 집단 생활을 시사한다. 이러한 단일종 집중 산출은 동시 사망한 자연 군집의 반영으로 간주되지만, 수류(水流)에 의한 이차적 집적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타포노미(taphonomy) 분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보행렬(Trackway): 동일 층면에 같은 방향·유사 보폭으로 남겨진 평행 족적은 복수 개체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직접 증명한다. 텍사스 데이븐포트 목장(Davenport Ranch) 유적에서 R. T. 버드(R. T. Bird)가 1940년에 발굴한 23개체 용각류 보행렬은 성체가 선두, 소형 개체가 후미에 위치하는 구조를 보여 주었다. 포르투갈 후기 쥐라기 유적에서도 유체(juvenile) 용각류만으로 구성된 보행렬이 확인되어 연령 분리형 무리의 존재가 뒷받침되었다(Lockley et al., 1994). 2025년 발표된 다이노소어 주립공원의 새 보행렬 유적은 각룡류 최소 5개체와 갑룡류(ankylosaurid) 족적이 섞여 있어, 이종(異種) 혼합 무리(mixed-species herd)의 첫 직접 증거로 보고되었다.
집단 둥지(Colonial Nesting Site): 일정 면적에 다수의 둥지가 규칙적 간격으로 배치된 산지이다. 몬태나 에그 마운틴(Egg Mountain)의 마이아사우라 둥지, 남아프리카의 마소스폰딜루스(Massospondylus) 둥지, 파타고니아의 무사우루스(Mussaurus patagonicus) 둥지가 대표적이다. 무사우루스 산지에서는 8~30개 알이 포함된 둥지 100개 이상과 80개체의 골격이 약 1 km² 면적에서 발견되어, 공동 번식지(communal breeding ground)와 생애 전반에 걸친 사회적 결속을 증거한다.
3 무리 행동이 확인된 주요 분류군
용각형류(Sauropodomorpha): 초기 용각형류인 무사우루스 연구(Pol et al., 2021)는 약 1억 9,300만 년 전(초기 쥐라기, 시네무리안절)에 이미 연령별 분리 구조가 있는 복합 무리가 존재했음을 밝혔다. 이것은 공룡 무리 행동의 최고(最古) 골격 증거이다. 파생 용각류(Sauropoda)에서는 후기 쥐라기~백악기의 보행렬 증거가 풍부하며, 볼리비아 칼 오르코(Cal Orcko) 등에서 티타노사우루스류의 평행 보행렬이 보고되었다.
하드로사우루스류(Hadrosauridae): 가장 풍부한 무리 행동 증거를 보유한 분류군이다. 마이아사우라 뼈 무덤은 10,000개체 이상으로 추정된 적이 있으며, 에드몬토사우루스(Edmontosaurus) 보행렬에서는 유체가 중심부, 성체가 외곽에 배치된 방어적 대형이 관찰되었다.
각룡류(Ceratopsia): 센트로사우루스·스티라코사우루스(Styracosaurus)·파키리노사우루스(Pachyrhinosaurus)의 대규모 뼈 무덤이 앨버타에서 20개소 이상 보고되어 있다. 2009년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 최초 뼈 무덤이 기재되어(Mathews et al., 2009), 이전까지 단독 생활로 추정되던 이 속도 무리를 이루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수각류(Theropoda): 코엘로피시스(Coelophysis) 고스트 목장(Ghost Ranch) 산지, 알버토사우루스(Albertosaurus) 드라이 아일랜드(Dry Island) 뼈 무덤(최소 12개체), 마푸사우루스(Mapusaurus) 등이 무리 또는 집단 행동의 증거로 논의된다. 그러나 포식자의 집단 행동 해석은 논쟁이 크다. Roach & Brinkman(2007)은 데이노니쿠스(Deinonychus)의 '협동 사냥(cooperative pack hunting)' 가설을 재평가하면서, 화석 증거가 포유류형 조직화된 무리 사냥보다는 코모도왕도마뱀처럼 개체들이 독립적으로 동일 먹잇감에 모여드는 기회주의적 집단 섭식(mob feeding)과 더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4 무리 행동의 생태적 이점
포식자 방어(Anti-predator Defense): 집단 내 개체 수가 늘수록 개별 감시 부담이 줄고(다수 눈 가설, many-eyes hypothesis), 공격당할 개체 확률이 낮아진다(희석 효과, dilution effect). 각룡류는 뿔과 프릴을 이용한 집단 방어 대형을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현생 사향소(musk ox)의 방어 전략과 비교된다.
자원 탐색 효율: 무리 내 정보 전달을 통해 먹이와 수원을 더 효과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용각류처럼 거대한 체구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식물량이 필요한 경우, 집단 이동에 의한 광역 탐색이 유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번식 성공률 향상: 집단 둥지는 포식자에 대한 공동 경비를 가능하게 하고, 성체가 교대로 새끼를 보호하는 분업이 가능해진다. 무사우루스 산지에서 확인된 연령 분리 구조는 유체들이 동령(同齡) 집단에서 함께 성장했음을 시사하며, 이는 현생 코끼리의 보육 집단(nursery herd)과 유사한 기능으로 해석된다.
5 연령 분리(Age Segregation)
무사우루스 산지에서는 배아·신생 개체(neonate) 군집, 1세 미만 유체 11개체 군집, 아성체(sub-adult) 개체군, 성체 쌍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산출되었다. 조직학적 분석에 따르면 유체 군집의 개체들은 동일한 성장 단계에 있어, 같은 해에 부화한 한 무리(brood)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연령 분리는 현생 대형 초식 포유류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으로, 연령별로 이동 속도·먹이 요구량·포식 위험이 다르기 때문에 동령 개체끼리 모이는 것이 집단 결속 유지에 유리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6 이주(Migration)와의 관계
무리 행동은 장거리 계절 이주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이주 연구에서 Fricke et al.(2009)은 하드로사우루스류 치아 에나멜의 탄소·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동서 방향으로 변화함을 보고하며 제한적 이동 증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Terrill et al.(2020)은 스트론튬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다이노소어 주립공원의 하드로사우루스 개체가 비교적 제한된 범위에서 생활했음을 시사하는 결과를 발표하여, 모든 초식 공룡이 대규모 이주를 했다는 기존 통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주의 규모와 빈도는 분류군·서식 환경·기후 조건에 따라 상이했을 것으로 보인다.
7 이종 혼합 무리(Mixed-species Herding)
2025년 7월 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서, 다이노소어 주립공원 내 7,600만 년 전 보행렬 유적이 기재되었다. 이 유적에서는 각룡류 최소 5개체의 족적 사이에 갑룡류 족적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인접 구역에서 두 개의 대형 수각류(티라노사우루스류) 보행렬이 무리와 수직 방향으로 교차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공룡에서의 최초 이종 혼합 무리 행동 증거로 해석했으나, 이 족적들이 동시에 형성되었는지 혹은 며칠~몇 주에 걸쳐 누적된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생 아프리카 초원에서 누(wildebeest)와 얼룩말(zebra)이 혼합 무리를 이루어 이동하는 것과 유사한 양상으로 비교된다.
8 논쟁과 한계
뼈 무덤이 반드시 생전의 무리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수류·재퇴적·시간 평균화(time-averaging)에 의해 독립적으로 죽은 개체들이 한 장소에 집적될 수 있으므로, 타포노미 분석 없이 뼈 무덤만으로 무리 행동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보행렬 증거 역시 동일 시간대에 형성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수각류의 집단 행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직화된 협동 사냥'인지 '기회주의적 집단 섭식'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다.
9 진화적 의의
무사우루스 연구에 의해 무리 행동의 기원이 초기 쥐라기(약 1억 9,300만 년 전)까지 소급된 것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 시기는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직후로, 무리 생활이 제공하는 생태적 이점이 초기 용각형류의 대멸종 생존과 이후 대형 초식 공룡으로의 성공적 방산(radiation)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Pol et al., 2021). 또한 남아메리카(무사우루스), 아프리카(마소스폰딜루스), 동아시아(루펑고사우루스)의 초기 용각형류에서 집단 번식이 확인된 것은 이 행동이 독립적으로 여러 계통에서 진화했거나, 트라이아스기 공통 조상에서 이미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