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온성
Mesothermy
📖 정의
중온성(Mesothermy)은 냉혈 동물(외온성)과 온혈 동물(내온성)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형태의 체온 조절 전략이다. 중온성 동물은 대사를 통해 내부에서 열을 생산하여 체온을 주변 환경보다 높게 유지할 수 있으나, 포유류나 조류처럼 일정한 체온을 항상 유지하는 능력은 갖추지 못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중온성 동물은 외온성 동물보다 활동성이 높으면서도, 내온성 동물에 비해 음식 요구량이 적어 에너지 효율에서 이점을 갖는다. 2014년 John M. Grady 등의 연구에서 381종의 성장률과 대사율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 비조류 공룡의 대사율이 내온성과 외온성의 중간에 해당한다는 근거가 제시되었으며, 이 중간 대사 전략에 '중온성'이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현생 동물 중에서는 참치, 백상아리를 포함한 악상어목 상어, 장수거북, 단공류인 바늘두더지 등이 중온성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개념은 체온 조절이 내온성과 외온성이라는 이분법으로 단순화될 수 없으며, 하나의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을 뒷받침한다.
📚 상세 정보
1 개념의 등장 배경
공룡이 냉혈동물이었는지 온혈동물이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19세기 리처드 오언(Richard Owen)이 '공룡(Dinosauria)'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 이래 고생물학의 가장 오래된 쟁점 중 하나였다. 1960~70년대 로버트 배커(Robert Bakker)를 중심으로 한 '공룡 르네상스' 시기에 공룡 온혈설이 강력하게 제기되었으나, 이를 결정적으로 증명하거나 반증하는 것은 화석 증거의 한계로 인해 어려운 과제였다. 기존의 온혈-냉혈 이분법에 대한 대안으로, 2014년 뉴멕시코대학교의 John M. Grady 등이 Science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는 제3의 전략인 '중온성'을 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2 Grady et al. (2014) 연구의 핵심 내용
Grady와 동료 연구자들은 현생 및 멸종 척추동물 381종의 개체발생적 성장 데이터를 수집하였으며, 여기에는 공룡의 모든 주요 분기군이 포함되었다. 연구팀은 대사 규모 접근법(metabolic scaling approach)을 사용하여 성장률과 대사율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핵심 발견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물의 성장 속도가 빠를수록 대사율이 높고 체온도 높다는 상관관계가 확인되었다. 포유류는 파충류보다 약 10배 빠르게 성장하며, 대사율도 약 10배 높았다. 둘째, 체구와 체온의 효과를 보정한 후 분석한 결과, 공룡의 대사율은 내온성 동물과 외온성 동물의 중간에 위치하였다. 셋째, 공룡의 대사율은 현생 중온성 동물인 참치, 악상어목 상어, 장수거북의 대사율에 가장 가까웠다. 넷째, 깃털 공룡과 원시 조류(예: 시조새)는 현대 조류보다 현저히 느린 속도로 성장하였다. 시조새가 성체에 도달하는 데 약 2년이 걸린 반면, 비슷한 크기의 현대 붉은꼬리매는 약 6주면 충분하였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의 내온성 대 외온성 이분법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3 현생 중온성 동물의 사례
참치(Thunnus): 참치는 수영 근육에서 발생하는 대사열을 혈관 역류 열교환기(countercurrent heat exchanger)를 통해 보존하여, 주변 수온보다 최대 20°C 높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심해의 차가운 물로 잠수할 때는 대사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완전한 내온성과는 구별된다.
악상어목 상어(Lamnidae): 백상아리(Carcharodon carcharias)와 같은 악상어목 상어는 수영 근육, 뇌, 눈 주위의 온도를 주변 수온보다 높게 유지하는 부분적 내온성(regional endothermy)을 보인다. 이를 통해 차가운 해역에서도 높은 수영 속도와 포식 능력을 유지한다.
장수거북(Dermochelys coriacea): 장수거북은 대형 체구, 활발한 수영 활동에서 발생하는 근육 열, 그리고 두꺼운 지방층을 활용하여 체온을 주변 수온보다 상당히 높게 유지한다. 이러한 중온성 전략 덕분에 온대 및 아한대의 차가운 해역까지 서식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바늘두더지(Tachyglossus aculeatus): 단공류인 바늘두더지는 약 30.7°C의 상대적으로 낮은 체온을 유지하며, 이는 일반 포유류의 37°C보다 현저히 낮다. 체온 변동 폭도 넓어, 동면 중에는 체온이 크게 떨어질 수 있으며, 이는 완전한 내온성이라기보다 중온성에 가까운 특성으로 여겨진다.
4 공룡에 대한 의의
Grady 등의 연구팀은 중온성이 공룡의 생태적 지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해석하였다. 중온성 전략은 외온성 파충류보다 빠른 이동 속도와 활동성을 제공하면서도, 내온성 포유류만큼 많은 음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에너지 절약형 전략이다. Felisa Smith 교수는 "티라노사우루스 크기의 사자를 상상해 보면, 그 동물은 충분한 먹이를 찾지 못해 곧 굶어 죽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중온성 전략이 대형 공룡의 거대화를 가능하게 한 요인 중 하나였을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5 비판과 논쟁
2015년 Science에 두 건의 비판 논문이 게재되었다.
D'Emic (2015)의 비판: 아델피대학교의 Michael D'Emic은 Grady 등이 공룡의 연간 성장률을 일일 성장률로 환산할 때 공룡이 연중 지속적으로 성장한다고 가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대부분의 공룡은 매우 계절적인 환경에 살았으며, 뼈의 성장정지선(LAG)이 이를 뒷받침한다. D'Emic은 공룡이 실제로 연중 3~9개월만 성장했을 수 있으므로 성장률을 약 2배로 보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보정을 적용하면 공룡의 성장률은 현생 태반포유류의 수준에 근접하여, 공룡이 내온성이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Myhrvold (2015)의 비판: Nathan Myhrvold는 Grady 등의 연구에서 성장률 추정에 사용된 통계적 방법이 표준적 관행에서 벗어나 있으며, 이러한 오류가 중온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하였다.
Grady 등의 반론: 원 저자들은 일부 데이터의 사소한 오류는 인정하면서도, Myhrvold의 통계적 권고사항을 반영하더라도 결론에는 "거의 영향이 없다"고 반박하였다. D'Emic의 비판에 대해서는, 성장 급증기만을 기준으로 최대 성장률을 산정하면 수학적 보정 없이는 편향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반론하였다.
6 달걀 껍데기 지구화학과 후속 연구
2020년 Dawson 등이 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연구는 결합 동위원소 고온도계(clumped isotope paleothermometry, Δ47)를 공룡 달걀 껍데기에 적용하여 체온을 직접 추정하였다. 이 연구는 공룡의 세 주요 분기군(조반류, 용각류, 수각류) 모두에서 주변 환경보다 높은 체온이 확인되었으며, 대사적으로 조절되는 체온 유지가 공룡 전체의 조상적(ancestral)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트로오돈(Troodon)의 체온은 약 10°C 범위에서 변동하여 이질온성(heterothermy) 또는 중온성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고, 마이아사우라(Maiasaura)의 체온은 약 44°C로 현생 조류 수준의 내온성에 가까웠다. 이 결과는 공룡 내에서도 종마다 다양한 체온 조절 전략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7 거대함온성과의 관계
거대함온성(gigantothermy 또는 inertial homeothermy)은 대형 외온성 동물이 거대한 체구의 낮은 표면적 대 부피 비율을 활용하여 비교적 안정된 체온을 유지하는 현상이다. 용각류와 같은 초대형 공룡(10⁴~10⁵ kg)에서 이 메커니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Dawson et al. (2020)의 연구에서 루마니아의 왜소 티타노사우루스류(~900 kg)도 거대 용각류와 유사한 36°C 전후의 체온을 보인 것으로 추정되어, 체구만으로는 높은 체온을 설명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는 거대함온성보다 대사적 열 생산이 공룡 체온 조절에 더 근본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8 공룡 내 체온 조절의 다양성
공룡은 깃털 달린 비둘기 크기의 소형종부터 30미터를 넘는 용각류까지 극도로 다양한 체구와 생태적 지위를 가진 동물군이었다. 1억 8천만 년 이상에 걸쳐 존재한 이들이 모두 동일한 체온 조절 전략을 가졌을 가능성은 낮다. 소형 수각류는 내온성에 더 가까웠을 수 있고, 초대형 용각류에서는 거대함온성이 보조적 역할을 했을 수 있으며, 중간 크기의 공룡에서 중온성 전략이 가장 전형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깃털과 같은 단열 구조의 진화는 소형 공룡에서 체열 보존을 위한 선택압에 의해 촉진되었을 수 있으며, 이후 성적 과시나 비행 등 다른 기능에 전용(co-option)되었을 수 있다.
9 현재 학계의 합의 수준
공룡의 체온 조절에 대한 완전한 합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온성은 하나의 유력한 가설로 남아 있으며, 내온성설을 지지하는 연구자들도 다수 존재한다. 성장률 분석, 동위원소 고온도계, 뼈 조직학 등 다양한 방법론이 각기 다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방법론적 가정의 차이에 기인한다. 그러나 공룡이 현대 파충류와 같은 완전한 외온성 동물이 아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연구자가 동의한다. 중온성 개념은 체온 조절을 이분법이 아닌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더 넓은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