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반류
Ornithischia
📖 정의
조반류(Ornithischia)는 공룡 분류의 두 가지 전통적 대분류군 중 하나로, 치골(pubis)의 주된 축이 좌골(ischium)과 나란히 뒤쪽을 향하는 독특한 골반 구조를 공유하는 분류군이다. 이 골반 배치가 현생 조류의 골반과 외형적으로 유사하여 '새 엉덩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현생 조류는 조반류가 아닌 용반류(Saurischia)의 수각류(Theropoda) 계통에서 진화한 것이다. 조반류를 다른 공룡과 구분하는 핵심 공유파생형질에는 하악 선단의 전치골(predentary)이라는 고유한 뼈, 안검골(palpebral bone)의 존재, 복늑(gastralia)의 부재, 5개 이상의 천추, 척추 극돌기를 따라 발달한 골화건(ossified tendons)의 격자 구조 등이 포함된다. 알려진 모든 조반류는 초식성이며, 잎 모양의 치아와 무치성(無齒性) 각질 부리를 결합하여 식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섭식 시스템을 진화시켰다. 조반류는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출현하여 쥐라기와 백악기에 걸쳐 크게 다양화하였으며, 백악기-팔레오기(K-Pg) 대멸종 시 살아남은 후손 없이 완전히 멸종하였다.
📚 상세 정보
1 역사적 배경과 명명
1887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해리 고비어 실리(Harry Govier Seeley)는 당시 '공룡(Dinosauria)'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던 화석 파충류들이 실제로는 골반 구조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두 그룹으로 나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치골이 뒤쪽으로 향하는 그룹을 조반류(Ornithischia, '새 엉덩이')로, 치골이 앞쪽을 향하는 그룹을 용반류(Saurischia, '도마뱀 엉덩이')로 명명하였다. 이 분류는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제43권에 발표되었으며, 이후 130년 이상 공룡 분류학의 기본 틀로 자리 잡았다. 실리 이전에는 마쉬(Marsh)가 용각류·수각류·장순류·조각류 등 네 목으로 공룡을 분류하였으나, 실리는 골반 형태라는 단일 기준이 더 근본적인 계통 구분을 반영한다고 주장하였다.
2 공유파생형질(Synapomorphies)
조반류를 단일 계통군으로 묶어 주는 해부학적 특징은 골반 구조에 국한되지 않는다. 주요 공유파생형질은 다음과 같다.
전치골(Predentary): 하악 전단부에 위치한 비쌍(unpaired) 뼈로, 공룡 중 조반류에서만 발견된다. 상악의 전상악골(premaxilla)과 함께 부리 모양의 섭식 기구를 형성하며, 식물을 잘라내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오트니엘 마쉬(Othniel Marsh)는 이 뼈를 근거로 '전치아류(Predentata)'라는 이름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후방 전위 치골(Opisthopubic pubis): 치골의 주축이 좌골과 나란히 뒤쪽을 향하며, 많은 파생 조반류에서는 새로운 전치골 돌기(prepubic process)가 전방으로 성장하여 복부 근육과 내장을 지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검골(Palpebral bone): 눈 위에 위치한 작은 뼈로, 조반류에서 최소 한 개 이상 존재한다.
골화건(Ossified tendons): 인접한 척추 극돌기 사이를 마름모꼴 격자 형태로 연결하는 골화된 건으로, 꼬리와 등뼈의 일정한 강직성을 부여하여 이족 보행 시 균형 유지에 도움을 주었다.
복늑(Gastralia)의 부재: 용반류에서 흔히 보이는 복늑(배쪽 갈비뼈)이 조반류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추(Sacral vertebrae): 5개 이상의 천추가 골반에 유합되어 있으며, 이는 원시 공룡의 3개보다 많다.
3 내부 분류와 계통 관계
조반류는 크게 장순아목(Thyreophora)과 각각류(Cerapoda)의 두 주요 하위 계통으로 나뉜다.
장순아목(Thyreophora, '방패를 지닌 자'): 골편(osteoderms)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가진 사족 보행 공룡들을 포함한다. 하위 그룹으로 검룡류(Stegosauria)와 곡룡류(Ankylosauria)가 있다. 검룡류는 등을 따라 두 줄의 판(plate)이나 가시를 가졌으며, 스테고사우루스가 대표적이다. 곡룡류는 골편이 모자이크 형태로 전신을 덮었으며, 안킬로사우루스과(Ankylosauridae)는 꼬리 곤봉까지 발달시켰다. 초기 분지 형태인 스켈리도사우루스(Scelidosaurus)와 스쿠텔로사우루스(Scutellosaurus) 등도 이 그룹에 포함된다.
각각류(Cerapoda): 비대칭적 치아 에나멜 분포를 공유파생형질로 가지며, 조각류(Ornithopoda), 주변두류(Marginocephalia)로 다시 나뉜다. 주변두류는 두개골 후방에 골성 선반(bony shelf)을 공유하며, 각룡류(Ceratopsia)와 후두류(Pachycephalosauria)를 포함한다.
- 조각류(Ornithopoda): 이족/사족 보행이 가능한 초식 공룡으로, 헤테로돈토사우루스류에서 이구아노돈류, 하드로사우루스류(오리주둥이 공룡)까지 이어지는 계통이다. 하드로사우루스류는 수백 개의 이빨이 층층이 배열된 치열 교환(dental battery) 시스템과, 일부 종에서 보이는 속이 빈 두개골 볏(crest)이 특징적이다.
- 각룡류(Ceratopsia): 상악 전단에 고유한 주상골(rostral bone)이 있어 앵무새 부리 모양을 형성하며, 파생형에서는 거대한 프릴(frill)과 뿔이 발달하였다. 트리케라톱스, 프로토케라톱스, 프시타코사우루스 등이 속한다.
- 후두류(Pachycephalosauria): 두개골 지붕이 현저히 비후되어 돔 형태를 이루며, 파키케팔로사우루스가 대표적이다.
최근 Madzia 등(2021)의 연구에서는 ICPN(국제계통명명규약)에 따라 조반류 내부의 81개 분류군 이름에 대한 공식적 계통 정의가 확립되었다. 이 연구에서 조반류(Ornithischia)는 '이구아노돈(Iguanodon bernissartensis)을 포함하되, 알로사우루스(Allosaurus fragilis)와 카마라사우루스(Camarasaurus supremus)를 포함하지 않는 가장 큰 분류군'으로 정의된다.
4 기원과 초기 진화
조반류의 기원은 아직 불완전하게 이해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조반류 후보인 피사노사우루스(Pisanosaurus mertii)는 아르헨티나의 후기 트라이아스기(약 2억 2,800만 년 전) 이스치구알라스토 층에서 발견되었으나,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조반류가 아닌 실레사우루스과(Silesauridae) 공룡형류(dinosauriform)로 재분류하기도 한다. 확실한 초기 조반류로는 초기 쥐라기의 레소토사우루스(Lesothosaurus)와 남아프리카의 헤테로돈토사우루스류 등이 있다.
2016년 카브레이라(Cabreira) 등은 실레사우루스과를 단계통이 아닌 측계통으로 보고, 이들이 조반류의 초기 방산(radiation)을 대표할 수 있다는 대안적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 가설에 따르면 조반류의 기원은 트라이아스기 중기까지 소급될 수 있으나, 이는 아직 학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5 섭식 적응
조반류는 중생대 육상 척추동물 중 식물 섭취에 가장 전문화된 그룹으로 평가된다.
치아와 턱 구조: 원시 조반류(파브로사우루스류)의 단순한 잎 모양 치아에서, 헤테로돈토사우루스류의 자기 연마(self-sharpening) 치열, 이구아노돈류의 확대된 턱 근육과 불규칙한 치열, 하드로사우루스류의 수백 개 이빨로 구성된 연마판(dental battery)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복잡화 경향이 관찰된다. 하드로사우루스류는 단일 턱에 200개 이상의 기능 치아와 교체 치아를 가졌으며, 정밀한 교합을 통해 효과적인 연마면을 형성하였다.
협부 후퇴(Buccal emargination): 대부분의 조반류에서 치열이 턱의 외측 가장자리보다 안쪽에 위치하는데, 이는 음식물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뺨(cheek) 구조의 존재를 시사한다.
두개골 운동학(Cranial kinesis): 이구아노돈류와 하드로사우루스류에서는 안면부 뼈들 사이의 관절 가동성이 증가하여, 턱이 닫힐 때 협골이 약간 바깥으로 회전함으로써 질긴 식물을 씹는 스트레스를 완충하였다.
6 방어 전략의 진화
조반류는 육식 공룡에 대항하여 다양한 방어 수단을 진화시켰다.
장순아목의 갑옷: 안킬로사우루스류는 피부에 매립된 골편이 전신을 덮는 '살아있는 요새'였다. 일부 종(보레알로펠타 등)은 눈꺼풀에까지 골편이 발달하였다. 안킬로사우루스과는 꼬리 끝에 대형 골질 곤봉을 가져 포식자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었다.
검룡류의 판과 가시: 스테고사우루스류는 등을 따라 두 줄의 골판을 가졌으며, 꼬리 끝에는 4개의 가시(비공식적으로 '타고미저(thagomizer)'라 불림)가 있었다. 골판의 표면에 혈관 홈이 관찰되어, 살아있을 때 피부로 덮여 있었으며 체온 조절이나 과시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룡류의 뿔과 프릴: 트리케라톱스 등 대형 각룡류는 길이 약 2.4m에 달하는 두개골에 뿔과 목 프릴을 가졌다. 이 구조물은 방어뿐만 아니라 종 인식과 성적 과시에도 기능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후두류의 돔 두개골: 파키케팔로사우루스류의 비후된 두개골 돔은 종내 경쟁(머리 부딪히기)이나 옆구리 공격에 사용되었다는 가설이 있으나, 정확한 기능은 논쟁 중이다.
7 사회성과 군집 행동
다수의 조반류 분류군에서 군집 행동의 증거가 발견된다. 각룡류와 하드로사우루스류의 대규모 집단 뼈무덤(bone bed)은 수백에서 수천 개체가 동시에 죽었음을 보여준다. 집단 번식지(nesting colony)의 증거도 하드로사우루스류의 마이아사우라(Maiasaura)에서 확인되었다. 병렬 보행 화석(parallel trackways)은 무리 이동의 직접적 증거로 해석된다. 일부 연구자들은 하드로사우루스류가 먹이를 찾아 장거리 계절 이동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8 공룡 계통수 논쟁: 오르니토스켈리다 가설
2017년 바론(Baron), 노먼(Norman), 배럿(Barrett)이 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전통적인 용반류-조반류 이분법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제기되었다. 이들은 조반류와 수각류가 자매군 관계를 형성하며, 이 분류군을 '오르니토스켈리다(Ornithoscelida)'로 명명하였다. 이 가설이 맞다면, 용각형류(Sauropodomorpha)가 수각류보다 조반류로부터 더 먼 관계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후의 반박 연구(Langer 등, 2017)에서는 전통적 분류와 오르니토스켈리다 가설 사이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 2024년의 종합 검토 연구(Untangling the tree or unravelling the consensus?)에 따르면, 조반류·수각류·용각형류 세 주요 분류군의 모든 가능한 조합이 서로 다른 분석에서 지지되고 있으며, 아직 합의된 결론은 도출되지 않았다. 전통적인 용반류-조반류 분류가 여전히 다수설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공룡 초기 진화의 계통 관계는 활발한 연구 대상으로 남아 있다.
9 멸종과 유산
조반류는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팔레오기(K-Pg) 대멸종 사건으로 완전히 멸종하였다. 새가 용반류의 수각류 계통에서 진화하였기 때문에, 조반류에는 살아 있는 후손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새 엉덩이' 공룡에 새의 후손이 없다는 분류학적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조반류는 1억 3,400만 년 이상의 진화사 동안 전 세계에 분포하며 중생대 육상 생태계에서 지배적인 초식 동물 그룹 중 하나로 기능하였다. 갑옷, 뿔, 판, 볏, 돔 두개골 등 조반류가 진화시킨 '과장된 구조물(exaggerated structures)'은 공룡 다양성의 상징적 사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