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류 — 용반류 계통🔊 [사우리스키아]

용반류

Saurischia

📅 1888년👤 Harry Govier See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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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 (Etymology)그리스어 sauros(σαῦρος, '도마뱀') + ischion(ἴσχιον, '골반 관절'). 도마뱀과 유사한 골반 형태에서 유래한 명칭

📖 정의

용반류(Saurischia)는 공룡의 두 가지 주요 계통 중 하나로, 치골이 앞쪽과 아래쪽으로 향하는 원시적인 골반 구조를 보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분류군은 주로 육식성인 수각류(Theropoda)와 대형 초식성인 용각형류(Sauropodomorpha)라는 외형적으로 극히 상이한 두 하위 그룹으로 구성된다. 이들을 하나의 단계통군으로 묶는 공유파생형질에는 후방 경추의 신장, 체간 척추의 부가적 관절 구조, 전완 길이의 약 절반에 달하는 긴 손, 가장 긴 제2지(둘째 손가락), 그리고 다른 손가락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배치된 제1지(엄지)의 강건한 발톱 등이 포함된다. 용반류는 후기 트라이아스기(약 2억 3,500만 년 전)부터 화석 기록에 나타나며, 에오랍토르·헤레라사우루스 같은 초기 공룡을 포함한다. 가장 중요한 진화적 유산은 수각류의 한 계통인 마니랍토라로부터 새(조류)가 진화했다는 점으로, 현생 조류 약 10,000종이 모두 용반류에 속하여 이 분류군은 중생대를 넘어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 상세 정보

1 명명과 역사적 배경

1887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해리 시일리(Harry Govier Seeley)는 런던 왕립학회(Royal Society of London)에서 공룡 분류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이듬해인 1888년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제43권(165–171쪽)에 정식 출판하였다. 시일리는 당시까지 알려진 공룡들의 골반 구조를 체계적으로 비교한 결과, 두 가지 근본적으로 다른 유형이 존재함을 인지하였다. 치골이 앞쪽과 아래쪽으로 향하여 도마뱀류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그룹을 '용반류(Saurischia)'로, 치골이 뒤쪽으로 회전하여 조류와 표면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그룹을 '조반류(Ornithischia)'로 명명하였다. 시일리는 골반 외에도 두개골과 경추의 특징을 함께 고려하였으나, 골반 형태가 가장 두드러진 분류 기준이 되었다.

시일리의 분류 이전에는 오스니얼 찰스 마시(O. C. Marsh)가 수각류·용각류·검룡류·조각류의 4개 목으로 공룡을 구분하는 체계를 사용하고 있었다. 시일리는 마시의 수각류와 용각류를 용반류로, 검룡류와 조각류를 조반류로 재편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인 이분법을 확립하였다. 이 이분법적 분류는 약 13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룡 분류학의 기본 틀로 유지되고 있다.

2 골반 구조와 진단 형질

용반류의 골반은 모든 사지동물과 마찬가지로 세 쌍의 뼈, 즉 장골(ilium)·치골(pubis)·좌골(ischium)로 구성된다. 측면에서 보면 이 세 뼈가 삼각형 윤곽을 형성하는데, 장골은 척추에 부착되어 근육 부착면 역할을 하고, 치골은 관골구(acetabulum, 대퇴골이 관절하는 열린 구멍)에서 앞쪽과 아래쪽으로 뻗으며, 좌골은 뒤쪽과 아래쪽으로 향한다. 치골의 말단에는 '부츠(boot)' 형태의 팽대부가 있어 반대편 치골과 정중선에서 만난다.

그러나 현대 계통분류학에서 용반류의 단계통성을 뒷받침하는 형질은 골반 구조만이 아니다. 자크 고티에(Jacques Gauthier)가 1986년 발표한 기념비적 논문 《Saurischian monophyly and the origin of birds》에서 용반류의 공유파생형질(synapomorphies)을 엄밀한 분지분석법으로 정리한 이후,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인정되고 있다.

  • 후방 경추의 신장: 목 뒤쪽의 척추골이 길어져 목의 유연성과 길이가 증가하였다.
  • 체간 척추의 부가적 관절: 몸통 척추에 추가적인 관절면(hyposphene-hypantrum 관절)이 발달하여 척추 간 결합이 강화되었다.
  • 긴 손: 손의 길이가 전완(radius + ulna)의 약 절반 이상에 달한다.
  • 비대칭적 손가락: 제2지(둘째 손가락)가 가장 길며, 제1지(엄지)는 짧은 중수골 위에 놓여 다른 손가락들에서 약간 벗어난 방향을 향한다.
  • 제1지의 강건한 발톱: 엄지의 첫 번째 지골이 손의 다른 어떤 지골보다 길고 굵은 발톱을 지닌다.

브리태니커(Britannica)의 분류 항목에 따르면, 두개골의 안와전공(antorbital fenestra)도 용반류에서 크고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3 하위 분류: 수각류와 용각형류

수각류(Theropoda):

수각류는 주로 이족보행을 하는 육식성 공룡으로, 화석 기록상 약 2억 3,000만 년 전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처음 나타난다. 헤레라사우루스(Herrerasaurus)와 에오드로마에우스(Eodromaeus)가 가장 초기의 수각류 후보로 여겨진다. 수각류의 진단 형질에는 속이 빈 뼈(기낭 시스템과 연결), 톱니가 있는 납작한 이빨, 함기성 두개골, 후지 길이의 약 2/3에 해당하는 전지, 이족보행 적응 등이 포함된다.

수각류 내부에는 다양한 하위 계통이 있다. 원시적인 케라토사우루스류(Ceratosauria), 알로사우루스·메갈로사우루스류를 포함하는 테타누라에(Tetanurae), 그리고 그 안의 코엘루로사우리아(Coelurosauria)에는 티라노사우루스류, 오비랍토르류,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벨로키랍토르 등)가 속한다. 가장 중요하게, 코엘루로사우리아 내의 마니랍토라(Maniraptora)에서 조류가 진화하였다.

용각형류(Sauropodomorpha):

용각형류는 초식성 공룡으로, 긴 목과 꼬리, 작은 머리, 기둥 같은 다리가 특징이다. 초기 구성원인 '원시 용각형류(프로사우로포드)'는 비교적 작고 이족보행이 가능했으나(예: 플라테오사우루스, 마소스폰딜루스), 이들에서 진화한 용각류(Sauropoda)는 사족보행을 하며 지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육상 동물이 되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아파토사우루스, 아르헨티노사우루스 등이 대표적이며, 일부 종은 체중 120톤, 체장 60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분지분석에서 용각형류의 공유파생형질로는 대퇴골 길이의 절반 이하인 두개골, 10개의 경추, 치열의 공통적 특징, 깔때기형 또는 노 모양의 제5중족골 등이 인정된다.

4 진화사 개관

트라이아스기 후기(약 2억 3,500만~2억 100만 년 전):

최초의 용반류는 남아메리카(당시 판게아의 남부, 곤드와나)에서 등장하였다. 아르헨티나의 이스키구알라스토 층(Ischigualasto Formation)에서 발견된 헤레라사우루스(약 2억 3,100만 년 전)와 에오랍토르(약 2억 3,100만 년 전)가 가장 초기의 용반류 후보이다. 이 시기 용반류는 아직 생태계의 지배자가 아니었으며, 크루로타르시류(악어형 지배파충류)와 공존하였다. 트라이아스기 말에 이르러 초기 용각형류(프로사우로포드)와 초기 수각류(코엘로피시스류)가 판게아 전역으로 확산하였다.

쥐라기(약 2억 100만~1억 4,500만 년 전):

쥐라기 초기에 프로사우로포드류가 쇠퇴하면서 대형 용각류가 전성기를 맞았다. 중기 쥐라기(약 1억 6,600만 년 전)에는 디플로도쿠스류, 마크로나리아류 등이 분화하여 전 세계적으로 다양화되었다. 수각류에서는 대형 포식자(알로사우루스 등)가 등장하였고, 후기 쥐라기에는 시조새(Archaeopteryx, 약 1억 5,000만 년 전)를 비롯한 초기 조류가 수각류의 마니랍토라 계통에서 진화하였다.

백악기(약 1억 4,500만~6,600만 년 전):

용각류는 쥐라기 이후 일부 지역에서 다양성이 감소하였으나, 티타노사우루스류가 남반구를 중심으로 백악기 말까지 번성하였다. 수각류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류, 드로마에오사우루스류, 오비랍토르류, 테리지노사우루스류 등이 다양하게 분화하였다. 약 6,600만 년 전 백악기-고제3기(K-Pg) 대멸종 사건으로 비조류 공룡은 모두 사라졌으나, 조류는 생존하여 신생대에 약 10,000종으로 방산하였다.

5 새: 살아있는 용반류

용반류의 이름이 '도마뱀 골반'을 의미하면서도, 정작 새(조류)가 용반류에서 진화했다는 사실은 직관에 반하는 역설로 유명하다. 새의 골반에서 치골이 뒤쪽으로 향하는 특징은 조반류(Ornithischia)와 독립적으로, 비행 적응 과정에서 별도로 진화한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의 결과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고생물학 박물관(UCMP)은 이 점을 명확히 지적하며, 조반류라는 명칭이 사실상 '새와 닮은 골반'이 아닌 '조반류형 골반'을 의미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새와 비조류 수각류 공룡이 공유하는 특징에는 속이 빈 뼈, 차골(叉骨, furcula/wishbone), 깃털, 기낭(air sac) 호흡 시스템, 알을 품는 행동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증거들은 고티에(1986)의 분지분석 이후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조류의 수각류 기원은 현재 학계에서 확고한 합의로 자리잡고 있다.

6 계통분류학적 논쟁: 오르니토스셀리다 가설

약 130년간 유지되어 온 용반류-조반류 이분법은 2017년 배런(Baron), 노먼(Norman), 배릿(Barrett)의 논문에 의해 근본적인 도전을 받았다. 이들은 《Nature》지에 발표한 새로운 계통분석에서, 수각류가 용각형류가 아닌 조반류와 더 가까운 자매군이라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이 가설에 따르면 수각류+조반류가 '오르니토스셀리다(Ornithoscelida)'라는 계통군을 형성하고, 용각형류(+헤레라사우루스류)만이 잔존 '용반류'가 된다.

같은 해 랑거(Langer) 등은 같은 데이터를 재코딩·재분석하여 전통적인 용반류-조반류 이분법을 재확인하였으나, 두 가설 사이의 통계적 차이는 극히 미미하였다. 2023년 뮐러 등이 《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는 최우도법(maximum likelihood) 기반의 정밀한 통계적 평가를 통해, 세 가지 가능한 위상(용반류 가설·오르니토스셀리다 가설·오르니티시포르메스 가설)이 통계적으로 구별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현재의 형태학적 형질 데이터로는 공룡 최상위 계통 관계를 확정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재 학계에서는 전통적인 용반류 가설이 여전히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류 체계이지만, 오르니토스셀리다 가설이 완전히 기각된 것은 아니며, 이 문제는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인 개방된 질문으로 남아 있다.

7 생태적 다양성과 의의

용반류는 공룡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체형의 스펙트럼을 포괄한다. 가장 작은 용반류인 벌새(Mellisuga helenae)는 체장 약 6cm, 체중 약 1.6g에 불과하며, 가장 큰 용반류인 아르헨티노사우루스 등의 거대 용각류는 체장 30~40m, 체중 60~120톤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육식에서 초식까지, 이족보행에서 사족보행까지, 지상생활에서 비행까지 다양한 생활 방식을 진화시켜, 1억 6,000만 년 이상의 진화사를 거쳐 현재 약 10,000종의 새로 이어지고 있는 가장 성공적인 공룡 계통이라 할 수 있다.

🔗 참고 자료

📄Gauthier, J. (1986). Saurischian monophyly and the origin of birds. Memoirs of the California Academy of Sciences, 8, 1–55.
📄Seeley, H. G. (1888). On the classification of the fossil animals commonly named Dinosauria.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of London, 43, 165–171.
📄Baron, M. G., Norman, D. B. & Barrett, P. M. (2017). A new hypothesis of dinosaur relationships and early dinosaur evolution. Nature, 543, 501–506.
📄Müller, M. et al. (2023). Statistical evaluation of character support reveals the instability of higher-level dinosaur phylogeny. Scientific Reports, 13, 9728.